정치 국회·정당·정책

巨野 공세 막던 안건조정위...巨與는 '프리 패스'

20대 국회초반 '여소야대' 상황서

국민의힘, 전방위 야권 공세 대응

민주당, 선거법 개정시 위원장 직권남발

위원회 구성·활동기한 유리하게 해석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174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이 내세운 안건조정위원회가 8일 하루 만에 무력화됐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총 6명(여야 각각 3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이 간사 협의를 거쳐 90일 내에서 활동 기한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안건조정위는 소수당이 90일간 합법적으로 안건을 지연시킬 수 있는 ‘만능 키’ 역할을 했지만 민주당 집권 이후 소수 의견 보호는 온데간데없는 상황이 됐다. 위원장 ‘직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간이 아닌 ‘90일 기한’이라는 점을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만능 키를 무력화시켜버린 탓이다.



실제 20대 국회 초반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이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칠 때마다 안건조정위를 해결책처럼 활용했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세월호 특별법 관련 논의가 첨예해지자 20대 국회 첫 안건조정위를 추진해 90일간 법안을 묶어뒀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여야를 통틀어 법안의 안건조정을 회부한 사실상의 첫 사례였다. 이후 2016년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도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구성요구로 ‘거야(巨野)’의 공세를 가로막았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우리가 안건조정제도를 활용하면 야당이 일방적으로 날치기 처리를 할 수 없다. 합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적극 활용해주시기 바란다”고까지 당부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으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권교체 이후 여야가 바뀌었지만 국민의힘은 소방관 국가직화 관련 법안과 과거사법, 고교무상교육법 역시 안건조정위에 회부에 90일을 벌었다.


상황은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 극단적인 여야 충돌이 벌어지면서 확연히 달라졌다. 2019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에 반대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조정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자 당시 홍영표 위원장이 직권으로 위원을 임명해 가결시켰다. 국회법상 위원 임명이 합의가 아닌 ‘협의’라는 점에서 이른바 통보만으로도 협의 명분을 채울 수 있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극렬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의결 구조를 바꿀 수는 없었다. 활동 기한 역시 여야 간사 간 합의 사항이지만 위원장 직권 카드가 남발되면서 안건조정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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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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