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근로 형태 종사자(특고)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노사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고 종사자를 고용보험에 당연 적용하는 원론적 내용만 법안에 포함됐을 뿐 적용 직종, 노사 부담 보험료율, 구직급여 수급을 위한 소득 감소 기준 등은 모두 시행령으로 위임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8일 통과시킨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노무제공자(특고)를 고용보험 당연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구직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를 지급하는 안이다.
안건조정위원회의 대안이지만 사실상 정부 안이나 다름없다. 정부 안에는 △24개월 중 12개월 동안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야(일반 근로자는 18개월 중 180일) 하고 △비자발적 이직 외에도 소득 감소로 인한 이직까지 구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된다는 원론적인 틀만 담겨 있다.
정부는 세부 기준이 되는 시행령을 두고 노사정 합의 기구인 고용보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칠 예정이지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고용보험료율 문제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반 근로자와 같이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사업자가 3분의 1 정도만 내야 한다고 반박한다.
구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소득 요건도 정해야 한다. 고용부가 내부 검토한 안은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는 3달의 급여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하고 5,000만 원 이상은 50% 감소한 경우로 정한 가운데 이 기준을 만족하는 특고(9개 업종 기준)의 비율은 25.3%로 집계됐다. 네 명 중 한 명은 구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적용 대상의 규정도 노사의 몫이다. 고용부는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산재보험 적용 대상 14개 업종을 1차 적용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범위 확대를, 재계는 축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주장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대책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부대 의견으로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은 고용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고용부는 임금 근로자와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계정 분리 필요성을 검토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하라”고 명시했다. 일반 근로자와 사용자의 고용보험료로 운영되는 기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고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특고 종사자가 가입하면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계정을 분리하라는 것이다.
또 일반 근로자가 부은 고용보험료로 특고종사자가 이득을 본다는 ‘역차별’ 우려도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제출한 고용보험 재정추계에서 특고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2025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한다. 경총은 “환노위에서 통과된 입법안은 경영계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특고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고용보험 입법 추진은 고용 시장의 충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특고종사자의 보험 적용제외 사유를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출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안이다. 그동안은 특고종사자가 원하면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었다. 다수의 사보험에 가입한 특고종사자라 하더라도 산재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비용 낭비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고용부는 적용 대상의 경우 의무 가입하도록 해야 사회보험 원리에 해당한다고 반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