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MB가 만든 '녹색성장펀드'....文 정부 들어 살아나다

6개월 수익률 24.22%...설정액은 1,750억 ↑

태양광 산업 붕괴와 트럼프 리스크 겪었으나

文 그린뉴딜, 美 바이든 승리로 심리 살아나

운용업계 "MB때와 달리 투자 여건 무르익어"

1015A24 녹색성장펀드 수정1



이명박 정부 당시 유행하다 내리막을 걸었던 녹색성장펀드가 문재인 정부 들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정부도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대거 담은 녹색성장펀드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녹색성장펀드의 평균 설정액(지난 8일 기준)은 최근 1개월간 822억 원, 지난 6개월 사이 1,754억 원 증가했다. 수익률도 준수하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0.28%, 6개월 수익률은 24.22%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조성됐던 녹색성장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2009년 미래에셋그린뉴딜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의 설정액은 지난 6개월 사이 36억 4,000만 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42.35%(클래스 A 기준)에 달한다. 이 펀드는 올해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을 반영해 10월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에서 현재와 같이 이름을 바꿨다.

NH-Amundi4차산업혁명증권자투자신탁(클래스 A)도 최근 6개월간 41.33%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펀드도 2017년 기존 ‘NH-Amundi대한민국녹색성장증권자투자신탁’에서 이름을 바꾸며 투자 전략과 비교 지수를 바꾸는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자투자신탁1도 같은 기간 28%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책 모멘텀에 따라 국내외 친환경·클린에너지 관련 기업 등 녹색성장펀드들이 담은 종목들이 강세를 띠면서 펀드 수익률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는 대체에너지·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사업 관련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녹색성장펀드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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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녹색성장펀드는 이명박 정부의 유산으로만 여겨져 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제시하며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 스마트 그리드 등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내세웠다. 이에 ‘녹색 금융’이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금융 투자 업계와 금융 당국은 ‘녹색금융협의회’를 꾸리며 후방 지원에 나섰다. 자산운용사들도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관련 펀드를 우후죽순 내놓았다. ‘녹색성장펀드’가 하나의 테마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2011년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 전략과 유럽 재정 위기가 맞물리며 태양광 업황이 나빠지자 녹색성장펀드 수익률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2010년 중후반에는 미국에서 친환경 정책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녹색성장펀드의 부진이 이어졌다. 2011년 당시 70개에 달했던 녹색성장펀드는 현재 2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해 문재인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녹색성장펀드 수익률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자산운용사들은 KB뉴딜코리아펀드·삼성뉴딜코리아펀드 등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펀드 평가사들은 이들 펀드도 녹색성장펀드로 분류한다. 이명박 정부 때 개념이 형성된 ‘녹색성장펀드’가 문재인 정부의 산물인 ‘뉴딜 펀드’로 인해 외연을 넓힌 셈이다.

다만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투자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이명박 정부 때와 다르다고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는 국내에서만 녹색 경제가 중요하게 여겨졌다면,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ESG의 중요성을 높게 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보다 친환경 산업의 기술·시장성이 더 축적된 영향도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명박 정부 당시만 해도 수소 산업은 없다시피 했고 전기차도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서울 시내에서 전기차가 돌아다니고 있다”며 “기술 축적이 되면서 산업도 투자 받을 준비가 됐고 이 과정에서 정책 효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정부 정책이 사라진다고 (녹색성장펀드로의 투자가) 딱 끊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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