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캐나다 스카이 트레인

1985년, 현대식 경전철 모델...한국은?




1985년 12월 11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도심 교통수단 스카이 트레인이 선보였다. 워터프론트역을 출발해 16개 역을 지나 뉴웨스터민스터역까지 4~6량으로 편성된 무인 전철이 운행을 시작했다. 밴쿠버 경전철의 특징은 두 가지. 첫째, 구간이 짧았다. 최초 구간은 직선거리 20㎞를 약간 웃돌았다. 둘째, 공사가 어렵지 않았다. 막대한 토지 보상비가 필요한 중심가를 지나면서도 고가 철로를 건설해 공사비를 최대한 아꼈다. 스카이 트레인(Sky Train)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카이 트레인은 ‘값비싼 장난감’이라는 비평에도 지역 발전을 이끌었다. 요즘은 3개 노선 110㎞를 달린다. 경전철은 19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시작됐으나 최근 들어 본격화한 것은 캐나다 엑스포 라인이 시조로 손꼽힌다. 물론 일본과 멕시코 등지에서도 1960년대 경전철 건설이 붐을 이뤘지만 밴쿠버의 경전철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돼 무인으로 움직이고 건설 비용이 일반 지하철의 5분의 1에 머물렀다. 밴쿠버의 스카이 트레인은 요즘도 노선 연장을 거듭 중이다.


한국에도 밴쿠버 스카이 트레인은 연관이 있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한국의 철도 차량 제작회사가 납품해 2009년 개통한 캐나다선은 밴쿠버 스카인 트레인 중에서도 차량이 가장 깨끗한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더한 것은 한국형 경전철의 추종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용인 경전철을 비롯해 의정부 경전철, 부산 경전철까지 스카이 트레인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나라 경전철의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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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기대했던 대로 상대적으로 저가의 교통수단을 통한 도심 체증 완화라는 효과를 거뒀다. 세계 각국은 이런 취지에서 아직도 경전철이나 도심형 트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의 경전철은 지지부진하다. 운행 중인 경전철의 승객이 다소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도 애초에 기대했던 운행 효과에는 도통 미치지 못한다. 경제성을 과대평가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다. 20년, 50년 뒤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인구가 정체를 지나 감소하는 마당에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힘이 우리에게 있을지 의문이다. 스카이 트레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밴쿠버행 비행기에 답이 보인다. 승객이 다양하다. 인도 음식이 고정 기내식으로 나올 만큼 동양인 승객이 많다. 성장세가 유지되거나 외국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을 갖추지 못하는 한 결과는 뻔하다. 무작정 뛰어들다 보류된 노선만 31개에 이른다. 씁쓸하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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