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징계 추진은 사유나 절차에서 타당성과 적법성을 상실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6개 혐의 중 ‘판사 문건’의 경우 이미 전국 법관회의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결론을 낸 사안이다. 인터넷 등에 공개된 내용을 취합한 공판 참고 자료인데다 미국 등에서 판사 세평 등이 기록된 서적까지 발간되는 현실을 고려한 셈이다. 징계위가 꾸려진 과정도 위법·부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징계 청구자인 추 장관이 대다수 징계위원을 지명한 것은 ‘소추와 심판 분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검사징계법상 위원회에서 배제된 추 장관이 사실상 위원장 역할을 맡아 기일 변경을 통보한 것 등도 법규에 어긋난다. 헌법 제89조에는 검찰총장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는 자리로 규정돼 있다. 법무 장관이 객관적 근거가 없는 혐의를 내세워 임기가 보장된 장관급 검찰총장을 쫓아내려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
징계위원 구성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친(親)정권 인사이다.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냈고,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친정권 간부들이다. 법무부가 윤 총장 찍어내기를 위해 부처 감찰관을 패싱하는 등 법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것은 직권남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만약 정권이 바뀌면 징계를 밀어붙인 관련자들이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마침 여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불위의 정권 수호 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연내에 출범시키기 위해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했다. 정권 비리 수사를 막고 권력기관 장악을 위한 수순이다. 정치로 법치를 무너뜨리면 되레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