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검사징계위원회가 10일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9시간 30분 동안 격돌했지만, 결국 최종 결과 도출은 15일 미뤄졌다. 윤 총장 운명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이날 결론이 날 수 있는 것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0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징계위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진행했다. 윤 총장은 ‘징계 절차가 부당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이완규·이석웅·손경식 등 특별 변호인 3명이 참석했다. 법무부·검찰에서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나섰다. 외부 의원으로는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했다. 외부 위원 1명은 불참했다. 이 중 추 장관은 징계 청구자여서 심의에서 빠졌다. 정 교수가 장관 대신 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열린 징계위에서 양측을 첨예하게 충돌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초반부터 법무부가 감찰 자료 일부를 제공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위원장으로 징계위를 지휘한 게 문제가 있다며 징계 청구 취소, 위원장 직무대리의 기일 재지정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징계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구권자로서 심의에 참여하지 못할 뿐(17조)이지 징계위 소집(10조) 등 검사징계법에 명시된 위원장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에서다. 출석 징계위원 5명 가운데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이 차관은 최근 텔레그램 대화에서 윤 총장 측의 검사징계법 헌법 소원에 ‘악수(惡手)’라고 평가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에서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변호를 맡아 공정성 시비에도 휘말린 바 있다. 심 국장의 경우 법무부 내에서 추 장관의 ‘심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외부 위원인 정 교수와 안 교수는 현 정부에서 법무검찰개혁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윤 총장 측은 이를 근거로 기피신청을 냈으나 징계위는 ‘윤 총장이 기피 신청권을 남용한다’고 기각했다. 다만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빠졌다. 논의 과정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대부분 기피 신청 대상자라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징계위는 징계심의자료 보고, 특별변호인 의견 진술 등의 과정을 거쳐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는 애초 윤 총장 측이 신청한 7명보다 1명 늘어난 것이다. 성명 불상의 감찰 관계자는 보류하는 대신 심 국장과 이정화 검사를 추가하면서 증인이 한 명 늘었다. 속개되는 15일 징계위에서 증인 신문, 특별변호인 최종 의견 진술, 위원회 토론·의결 등 절차가 진행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걱정부터 앞선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이날 징계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보인 만큼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논의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 측 요구를 번번이 거부하고도 증인에 대해서는 직권 채택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것은 절차적 타당성을 쌓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며 “증인들이 나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론에 도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몰아가기식 진행이 이뤄진다면 ‘총장 찍어내기다’ ‘검찰 개혁을 앞세워 윤 총장을 탄압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현덕·조권형기자, 과천=손구민기자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