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시중銀 희망퇴직 한창인데...국책銀선 왜 못할까

파격적 조건 시중銀과 달리 퇴직금 턱없이 적어 지원자 없어

국책銀 노사 대안 제시에 기재부 “형평성 문제” 부정적 입장

“임피 대상자 누적으로 경쟁력 퇴행...어떤식이든 해결책 내야”




주요 시중은행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희망퇴직에 나서며 몸집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수년째 희망퇴직(명예퇴직)자가 없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15년 기업은행이 마지막이었다. 수은은 2010년, 산은은 2014년 이후 제로다. 반면 최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부산은행이 희망퇴직을 받았고 다른 은행도 노사 합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국책은행이 희망퇴직을 외면하는 것은 시중은행에 비해 빈약한 희망퇴직금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은 퇴직할 때까지 3~4년간 임피제 직전에 받던 연봉의 두 배가량을 나눠서 받는다”며 “하지만 희망퇴직을 하면 정년까지 받을 수 있는 돈의 45% 정도만 받을 수 있어 손해가 크기 때문에 아무도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36개월 치 이상 급여를 제공하고 전직 지원금, 자녀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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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책은행 노사와 기획재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 노사는 전체 임피제 기간(3~4년) 중 첫 1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는 대신 잔여 기간의 급여를 희망퇴직금으로 한 번에 받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2~3년간 임피제 대상 직원에게 지급될 인센티브·수당 등 추가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희망퇴직자도 현행보다는 많은 퇴직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기재부는 부정적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비교하며 희망퇴직금을 올려 달라고 하지만 국책은행 직원은 시중은행보다 고용 안정성이 높아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다”며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연봉도 높은데, 국책은행만 희망퇴직금을 올리면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국책은행의 경쟁력만 퇴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산은 직원 6명 중 1명(17.3%)이 임피제 적용을 받고, 기은은 11.1%, 수은도 6.5%에 달한다. 국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임피제에 들어간 직원에게는 급여가 줄어드는 만큼 이에 맞춰 업무 강도가 낮은 직무를 줘야 한다”며 “임피제 직원이 점점 많아지면 적합한 직무를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다. 국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임피제 직원을 기업 현장 컨설팅에 투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신입 행원 채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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