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내년 3월 말이 기한인 2020사업연도 사업보고서 등의 제출 연기가 허용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초에 이어 기업들의 결산·감사 업무의 차질을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 타격을 크게 입은 업종의 상장 기업들의 경우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가 늘어날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회계기준원 등 유관 기관과 협력을 통해 기업 결산·감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감독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회계 법인에 대해 한공회와 함께 비대면 감사 절차 실무 가이드를 마련해 조만간 안내할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3단계로 상향되거나 감사인 또는 감사 대상 기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실무 가이드에는 격리조치 등으로 감사인이 재고 실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실시간 화상중계기술을 활용해 재고 실사를 관찰하고, 해외 실사는 해당 국가에 있는 적격 회계법인이 입회하도록 하는 대체 절차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감사인이 원본문서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 사본문서가 원본에 충실한지 결정하기 위한 추가 감사절차를 설명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또 외부 감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감사보고서 등의 제출 및 2021사업연도 외부 감사인 선임 계약 체결의 기한을 연장할 방침이다. 올해 초와 지난 7월에도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결산 등의 지연으로 사업보고서 및 분·반기보고서 제출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과 외부감사인에 대해 관련 행정제재를 면제해 준 바 있다.
이외에도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오는 23일에는 회계 법인을 대상으로 주요 회계 현안과 기말 감사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진행하고 내년 1월 중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외부감사인 선임·지정 제도를 설명하는 지방 순회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계 업계도 코로나 19에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 중에서도 감염 우려 때문에 비대면 결산·감사 진행을 원하는 곳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비대면 방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아무래도 비대면 방식은 대면 방식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회계법인이 이같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코로나 감사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격이 심한 기업의 경우 자산 손상 차손, 대손 충당금 등 회계 처리 문제를 두고 외부감사인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여행, 영화 업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코로나19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기업의 매출·대출 채권 등 자산의 손상 금액 산정을 위해 지금까지 사용한 방법과 가정을 기계적으로 계속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안내했다.
그럼에도 자산 가치 평가에 대한 기업과 외부감사인 간 입장 차이 때문에 늘 있었던 갈등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2020사업연도에는 더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자산 가치 평가에 대해 외부감사인과 해당 기업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상장사의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까지 이어지게 되는 요건인 감사 의견 부적정 또는 감사 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의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2020사업연도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데다 최근 들어 악화되면서 사업보고서 등의 제출이 기한보다 늦어지는 기업이 올해 초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감사인의 부적정·한정 의견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이 예년보다 더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