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조선의과학이야기]'하늘의 일(天文)이 곧 사람의 일(人文)'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안나미 교수의 '조선의 과학 이야기'

1강. 하늘의 이치를 꿰뚫는 천문학

28개 별자리와 천상열차분야지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본/=출처=위키피디아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본/=출처=위키피디아



“신이 천문(天文)을 조금 아는데 근래 초승달을 살펴보니 그 빛이 매우 성대하였습니다. 이것은 음(陰)이 성하고 양(陽)이 시든 것이니 왜적이 중국을 침범할 상(象)입니다. (중략) 왜적의 흉악한 기세가 매우 날카로우니 결코 조선만을 노리고 쳐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반드시 기세를 몰아 상국(上國·중국)까지 침범할 것입니다.”

조선의 4대 문장가 월사 이정귀가 자신의 체험담을 기록한 ‘임진피병록(壬辰避兵錄)’의 한 대목이다. 글에는 영의정 이산해(李山海)가 선조에게 피난을 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선조의 신임을 받았던 북인(北人)의 영수(領袖 우두머리) 이산해는 그의 천문지식을 근거로 왜적의 동태를 예측했다. 조선시대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검토하는 자료 중 하늘에 나타나는 현상이 필수로 포함된다. 동양에서는 하늘의 현상이 땅에 거울처럼 비춰 그대로 일어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을 관측하는 일은 왕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였다. 동양의 천문학 역사와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강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안나미 성균관대 한문학과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조선의 과학이야기’이다. 총 5강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1강 ‘하늘의 이치는 땅에 구현된다(천문학)’ 2강 ‘논밭의 면적을 계산하라(수학)’ 3강 ‘억울한 죽음은 없도록 하라(법의학)’ 4강 ‘정확한 시간을 알려라(물리학)’ 5강 ‘불을 쏘아 나라를 지켜라(화학)’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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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 하늘에서도 일어난다는 믿음으로 하늘을 관측했지요. 땅에 왕이 세상을 지배하듯이, 하늘을 지배하는 왕을 옥황상제라고 불렀어요. 옥황상제가 사는 곳이 자미원((紫微垣)이랍니다. 이른바 하늘의 궁궐이지요. 신하들이 사는 곳을 태미원(太微垣)이라고 했다. 그리고 백성들이 사는 곳을 천시원(天市垣) 즉 하늘의 시장이라고 불렀다. 이 세가지를 가리켜 동아시아 별자리 삼원(三垣)이라고 합니다.”

안 교수는 이어 중국의 오래된 별자리 지도를 통해 동(청룡)·서(백호)·남(주작)·북(현무)을 지키는 네 가지 동물 아래 7개의 별이 놓인 배경을 설명한다. 이어 조선 태조 4년 제작된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대해 소개한다.

“지도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한자를 자세히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어요. 하늘의 모양을 순서대로 분야를 나눠서 만들어낸 그림 즉 천문도입니다. 중국 남송시대에 제작된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입니다. 조선을 건국하면서 만든 것인데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지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왕조가 설립된 후 어느 노인이 천문도를 받쳤다고 합니다. 태조는 평양의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그려진 구고려의 천문도를 재구성해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안 교수의 강의는 조선시대 천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였으며,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한편 이번 강좌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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