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한국에서 골프 싸게 치는 법

박민영 문화레저부 골프팀장

골프장 57% 올해 이용료 인상에

靑 청원 글 등장 등 골퍼 원성 높아

골프장, 근시안적 상술서 벗어나고

정부도 지속성장 위한 해법 고민해야

박민영 차장



“골프 좀 싸게 치는 방법 없을까.”

툭하면 받는 질문에 지면을 빌려 답하려 한다. 화가 치밀 수 있으니 기대하지 말고 들어보시기를.

첫째는 골프장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겨울 평일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강추위만 이기면 1인당 그린피(이용료) 2만~3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둘째는 골프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중부, 영남권을 벗어나는 것이다. 왕복 운전 단 6~10시간만으로 1인당 그린피가 5만 원 이상 낮아진다. 셋째로, 가격이 20억 원이지만 구하기가 어렵다는 무기명 회원권을 사서 4인 합계 이용료 10만 원 정도로 즐기는 것은 어떨까. 그밖에 군(軍)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군인 친구 두기, 내기에서 딴 돈으로 그린피 충당하기, 주민에게 할인해주는 제주 도민 되기 등이 있다.


사실은 골프를 좋아하는 월급쟁이 지인들과 나눈 비아냥과 불만 섞인 대화 내용의 일부다. 우리나라 골프장 이용료는 굉장히 비싸다. 올해는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 속에 고공 행진을 펼쳤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과 해외 골프 투어의 원천 봉쇄 상황에 따라 이용객이 몰렸다. 이에 많은 골프장들이 수요공급의 법칙을 ‘준수’하며 은근슬쩍 그린피와 부대 비용을 올려 받았다. 수도권의 경우 초겨울까지도 평일 1인 그린피가 20만 원에 육박했고 주말에는 25만 원을 훌쩍 넘었다. 카트 이용료 8만~10만 원, 캐디 수고비 13만~15만 원까지 나눠 내면 식사 비용을 빼고도 1인당 25만~30만 원이 지갑에서 빠져나갔다. 급기야 지난 10월에는 청와대 게시판에 ‘골프장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를 인하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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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올해 5~10월 골프장 입장료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384곳 가운데 이용료를 올린 골프장은 221곳으로 57.6%에 달했다. 동호인들이 더 경악할 소식은 인상한 221곳 중 165곳이 대중 골프장이라는 것이다. 올 10월 기준 대중 골프장 평일 그린피가 우리나라는 14만 3,800원, 일본은 6만 1,300원이라는 조사 발표도 있었다.

회원권이 없는 일반 골퍼들로서는 대중 골프장에 느끼는 서운함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중 골프장은 취득세율이 4%로 회원제(12%)의 3분의 1, 재산세는 10분의 1 수준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이용자 1인당 2만 1,120원인 개별소비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부가세 포함)는 전액 면제다. 그럼에도 이용료는 회원제와 큰 차이가 없다. 레저산업연구소 조사에서 올해 9월 현재 평일 대중 골프장의 그린피는 평균 14만 1,000원으로 회원제의 비회원 요금 17만 8,000원과의 차이가 3만 7,000원에 불과했다. 개별소비세를 빼면 가격 혜택은 미미하다. 회원제 골프장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회원 할인에 따른 매출 부족분을 비회원 이용객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

이용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이 움직이고 있다. 대중 골프장으로서 받는 각종 세제 혜택에 상응하는 책임성을 부과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내년 1월 중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철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용자인 골퍼들의 민심이다. 청와대 청원은 불매운동 전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골프장과 골퍼는 상생의 관계다. 몇 년 전 골프장 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회원제는 회원권 가격 하락과 회원 모집 부진으로, 대중제는 문턱이 낮아진 회원제 쏠림 현상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속앓이를 했다. 위기의 업계를 일으켜 세운 것은 결국 골퍼들이었다. 해마다 골프장을 이용하는 연인원 4,000만 명 넘는 골퍼는 ‘봉’이 아닌 ‘고객’이라는 뜻이다. 골프장 업계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상술보다는 ‘잘 나갈 때 적을 만들면 훗날 돌아갈 곳이 없다’는 혜안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 정부도 귀족의 유희라는 골프에 대한 구시대적 선입견을 버리고 국민적 스포츠요, 12조 원 규모의 산업이자 올림픽 정식 종목인 골프의 산업적 가치 창출과 지속 성장을 위한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mypark@sedaily.com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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