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했다. 여당은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분쟁이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만큼 분쟁의 소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당은 여당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면서 ‘북한 눈치 보기 입법’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요구한다고 국회가 법까지 만들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오전 6시 52분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두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전쟁이라는 것은 의도가 아닌 오해와 실수로 인해 나는 경우가 수없이 존재한다”며 “한 탈북자의 객기, 그 단체의 모금 활동을 위한 이벤트 사업에 국제적 분쟁이 비화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 대북 단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 DVD 10만 장을 매단 풍선을 북한에 보내려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것을 뿌렸다고 하면 도발을 안 할 것이라고 할 수 있나. 북한이 장사정포를 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 위원장은 또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불평등 조약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기들(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해마다 발전시키고 개발하면서 어떻게 북한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을 핵 공격의 가상 대상으로 선제공격 군사 연습을 하고 있다면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자’는 그릇된 아량으로 가득했다”고 말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 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핵을 통한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힘줘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8시 49분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무려 10시간 2분간 토론을 이어가며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입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가 김여정 북한 부부장의 요구에 법까지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여정이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 이런 법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이게 무슨 꼴인가”라고 한탄했다. 태 의원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이것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아니라 김정은과 손잡고 북한 주민을 영원히 노예의 처지에서 헤매게 하는 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이번 법 개정은 북한 눈치 보기 입법”이라며 “상호 비방 금지가 남북 간 합의 사항이라고 하는데, 북한이 이를 지킨 적이 있느냐.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간 모든 비방과 비난을 중지하자고 했으나 김정은·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에 어떤 막말을 했는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송 위원장에 이어 토론에 나선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 감정이 북받친 듯 여러 차례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어의 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믿고 두 번이나 당선시켜줬는데 두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흐느꼈다. /임지훈·김인엽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