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경제소사] 日 육군, 항모까지 만들었다

1934년, 상륙함 신슈마루 취역

구일본 육군이 설계·건조·운용한 신슈마루호. 항공기도 최대 12대를 탑재했으며 일본 육군은 개량형 항공모함까지 건조했다.구일본 육군이 설계·건조·운용한 신슈마루호. 항공기도 최대 12대를 탑재했으며 일본 육군은 개량형 항공모함까지 건조했다.



중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수차례 성공적인 작전을 펼친 함정. 선진 설계로 건조된 우수 상륙함. 1932년 봄 건조에 들어가 1년 만에 진수되고 1934년 12월 15일 취역한 신슈마루(神洲丸)에 대한 일본인들의 평가다. 한 발짝 더 나가 현대식 상륙 강습함의 원조라는 찬사까지 나온다. 정말 그럴까. 정반대다. 선진 설계는커녕 육군과 해군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이 낳은 구시대적 사고의 산물이다.

제원부터 보자. 덩치가 작지 않다. 만재 배수량 8,108톤에 길이 144m. 최고 속도 역시 시속 20.4노트로 당시 수송함 치고는 빨랐다. 특이점은 해군 소속이 아니었다는 점. 육군이 설계하고 건조해 끌고 다녔다. 일본 육군이 거대한 상륙함 건조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육군이 원했다. 1차 세계대전(1915년 갈리폴리 상륙작전)과 1차 상하이 사변(1932년)에서 상륙함의 필요성이 커졌다. 둘째, 해군의 거절. 전투함 건조에 전력하던 일본 해군은 육군의 요구를 번번이 물리쳤다.


결국 일본 육군은 독자 건조에 나섰다. 이미 ‘육군 특종함’이라는 수송 선단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거리낄 것도 없었다. 해군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박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육군과는 말 섞기조차 싫어했던 탓이다. 공수부대를 육군과 해군이 따로 만들고 단위부대의 이름도 서로 달랐다. 장교 배출 기관과 총사령부·총사령관의 명칭도 제각각이었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병학교, 참모본부와 군령부, 참모총장과 군령부 총장. 인원 점검도 ‘점호’와 ‘순검’으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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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군 간 경쟁은 어느 나라든 조금씩은 있기 마련. 미국도 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부(육군)와 해군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였으나 ‘문민통제’ 원칙 아래 이견을 조정해나갔다. 일본의 군 간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항공기 제작 기술을 전수하던 독일인 기술 인력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 걸핏하면 싸우는 육군과 해군이라는 두 나라가.’ 불신은 점점 깊어졌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육군은 병력 수송용 잠수함과 신슈마루를 확대 개량한 항공모함까지 만들었다.

일본 사례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식 용어를 ‘전통’이라고 고집하는 군대가 있다. 임관 구분에 따른 새로운 패거리 문화도 생겨날 판이다. 순리를 거스른 역차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일본 육군이 자랑하던 특종함 신슈마루는 두 차례 어뢰를 맞고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우군 순양함에 피격돼 좌초한 뒤 인양됐으나 미군의 어뢰를 맞고 영원히 가라앉았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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