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미국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현대차(005380)그룹에 넘기며 미국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계약을 한 만큼 미국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소프트뱅크에 풋옵션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이 4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미국 시장에 상장해 소프트뱅크가 가진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마련해주거나 상장하지 않더라도 4~5년 내 현대차, 현대모비스(012330), 현대글로비스(086280) 및 정의선 회장 등이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여서 4~5년 내로 미국 시장에 IPO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가 20%, 정 회장이 20%, 현대글로비스가 10% 등 총 80%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총 8억 8,000만 달러(약 9,588억 원)다. 나머지 20% 지분은 소프트뱅크가 가진다. 정 회장의 개인 자금 2,389억 원을 투입했다. 기업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상장에 성공할 경우 정 회장은 큰 시세 차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지배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정 회장에게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하는데 이를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직접 투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책임 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소프트뱅크 등 이전 대주주와 비교해 현대차그룹과 가장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구글과 소프트뱅크는 생산 시설을 갖춘 제조 기업이 아니었지만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만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업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 공급에 로봇 기술을 활용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로봇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로봇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이 궁극적으로 진입하려는 로봇 영역은 환자 간호와 집안일 대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을 더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안전·치안·보건 등 공공 영역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