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국, 민주국가 맞나? 삐라금지법은 수치"... 쏟아지는 국제사회 비판

美전문가들 "한국의 최대 자산 민주주의 훼손"

"바이든 정부와 인권 가치 차이...한미동맹 손상"

"금지법은 文정부 패턴...남북관계에 도움 안돼"

긍정 평가 극소수...美의회·국제기구 잇딴 반발

지난 14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감사 인사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4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감사 인사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여권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미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비판의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이 법이 북한을 달랜다는 목적으로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을 훼손한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시나 그리튼스 텍사스대 정치학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국이 어렵게 이룬, 최대의 국제 자산인 민주주의를 이번 조치가 얼마나 훼손하는지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법은 실질적으로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 가치에 기반한 보다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의 역량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특전사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한미동맹의 핵심 가치 손상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 법의 강행으로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직면한 한국 내 첫 위기는 한미 간 가치와 인권의 차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서신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미국과 한국이 공유하는 자유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 법치주의, 인권 가치에 위배된다”며 “이는 중대한 실수로 문재인 정부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 정권을 달래는 것은 효과가 없고, 과거에도 그랬다”며 “한국 정부는 이것이 자국민과 외부세계에 어떻게 보일지 알지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부도덕하다”고 비판한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의 ‘워싱턴포스트’ 신문 보도를 트위터에 옮기면서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15일 트위터에서 “북한 당국이 사회 통제 유지를 위해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례는 중국의 감시카메라 시스템 판매와 국경 통제 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정부의 수치스러운 법”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선임정책분석관은 14일 트위터에서 “한국의 새 금지법이 전단에 국한된 게 아니라 북한에 정보를 촉진하는 다른 노력까지 금지한다”며 “이런 금지법은 문재인 한국 정부에서 유일한 사건이 아닌 하나의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배정된 기금을 삭감하고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며 앞서 (북한 군인들에게 보내던)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14일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소식을 리트윗하며 “우리가 더이상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불러야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정보를 전파하는 한국인들을 지지해 북한 정권의 검열을 따라가는 청와대에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 미국 부대사를 역임한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이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는 북한이 한국의 선의를 시험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그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도 외교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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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다만 한국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는 소수의 목소리도 있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청와대가 대북 전단 금지에 대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정권은 인지한 압력을 더 큰 압박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도 “한국의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은 위험하고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도발에 개입하는 비주류 단체들을 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미국 의회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14일(현지 시간) VOA에 “우려를 낳는다”는 성명을 냈다. 매콜 의원은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 되는 데 달려 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도 지난 11일 이 법이 통과되면 미 국무부가 인권 보고서와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을 국무부 ‘워치 리스트(감시 대상)’에 올리고 관련 청문회를 소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회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국민의당 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행위는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며 위헌 법률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은 법안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주민에겐 재앙이자 비극이고, 김정은 정권에는 선물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탈북민을 이등 시민으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50여 개 국제 인권 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공동 서한을 보내 “한국이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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