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공시 가격이 93억 3,000만 원으로 책정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급 단독주택. 이 주택은 내년 공시 가격이 95억 700만 원으로 고작 1.9% 오른다. 반면 같은 지역에 위치한 공시가 6억 4,600만 원의 점포 주택은 내년 공시가가 7억 9,500만 원으로 올해에 비해 무려 23.1% 뛴다. 경기도에서도 전년 공시 가격이 4억~5억 원인 중저가 단독주택이 올해에는 6억 원 이상으로 급등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20% 이상이다.
서울경제가 18일부터 열람에 들어간 내년도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중저가 주택의 상승률이 고가 주택을 앞서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 가격을 대폭 올렸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와 다른 사례가 많은 것이다. 내년 주택 공시 가격을 놓고 형평성 문제가 또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공시 가격이 올해 4억 7,100만 원에서 내년에 6억 400만 원으로 무려 28.23%나 뛴다. 같은 지역의 다가구주택 역시 6억 1,800만 원에서 내년에는 7억 3,200만 원으로 18.45%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공시가 8억 8,000만 원의 판교 단독주택도 내년에는 9억 6,000만 원으로 8.71% 상승했다. 경기도 과천 주암동의 다가구주택 또한 14억 4,500만 원에서 16억 3,400만 원으로 13.08% 증가한다.
서울에서도 상승률이 높은 중저가 주택이 적지 않다. 마포구 연남동의 공시가 9억 8,300만 원의 단독주택은 내년 10억 6,100만 원으로 7.93% 오른다. 마포구 망원동의 공시가 5억 4,600만 원의 다가구주택은 내년 6억 5,500만 원으로 19.9%, 마포구 서교동의 점포 주택은 내년 11억 8,800만 원으로 공시가격이 13.14% 뛴다.
반면 마포구 연남동의 공시가 25억 9,000만 원의 단독주택은 내년 26억 6,000만 원으로 2.7% 오르는 데 그쳤다. 표준 단독주택 가운데 최고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택 역시 상승률이 6.57%에 그쳤다. 표준 단독주택 최고가 10곳 중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박철완 금호화학섬유 상무의 자택으로 9.71% 올랐다. 나머지는 상승률이 3.58~7.06% 수준이었다. 모두 서울 평균(10.13%)은 물론 정부가 제시한 고가 주택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증가율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역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공시가 형평성 문제는 올해 특히 심했다. 정부는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대폭 높였는데 이 과정에서 공시 가격 4억~6억 원대 주택이 초고가 주택보다 상승 폭이 커 중저가 주택 소유주의 불만이 속출한 바 있다. 내년 역시 중저가 표준 주택의 공시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전국 개별 주택 공시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문가는 “일부 표준 주택은 공시 가격 현실화율 90%라는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다른 주택보다 상승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고가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공시가가 더 오른 중저가 주택 소유주들의 불만이 또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윤선·양지윤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