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코로나·규제 3법 부담에…국내기업 절반 "긴축 경영"

■경총, 내년 경영전망 조사

정유업계 설비투자 대폭 줄이고

항공은 신규 채용 사실상 '제로'

"위기 대응" 현금늘리기 총력전

40%는 "경영 방향조차 못정해"

2115A13 2021년경영계획



SK이노베이션(096770)이 올해 4조 원 중반대인 설비투자 규모를 내년에 상당 부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제 유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놓이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울산컴플렉스에 있는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률도 지난 3·4분기 기준 72% 수준에서 추가로 낮추기로 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가동률도 보수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역시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낮추는 안을 고심 중이다.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전, 환경 투자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은 내년에도 신규 직원 채용 계획이 불투명하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며 직원들의 50% 이상이 순환 휴업 중이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에는 신규 채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채용이 확정된 신입 사원들도 아직 입사하지 못했다. 제주항공(089590) 역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신입 사원 24명의 입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내년 항공 업계의 신규 채용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일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 신규 투자와 채용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기업 절반은 내년 경영 계획 방향을 ‘긴축 경영’으로 잡았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따라 신규 투자나 채용을 축소하고 보유 현금을 늘려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기업은 유례없는 위기에 아직 내년 경영 계획의 방향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이 조사한 212개 기업 중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 경영 계획의 초안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38.7%에 달했다. 초안을 수립했다고 답한 기업은 28.8%였으며 최종안을 확정했다고 답한 기업은 32.5%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300인 미만 기업들은 절반이 넘는 57%가 내년 경영 계획 초안도 만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올해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00인 미만 기업들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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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이 내년 경영 계획 초안이나 최종안을 만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경영 계획 방향을 긴축 경영 기조로 잡은 곳은 49.2%로 집계됐다.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기업(42.3%)보다 많았다. 긴축 경영 기조를 결정한 기업들은 신규 투자 축소, 인력 운용 합리화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5% 초과 3% 이하’라고 답한 비율이 44.8%로 가장 많았다. 응답 기업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였다. 이는 한국은행(3%), KDI(3.1%), 산업연구원(3.2%) 등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기업 경영 여건이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점은 ‘2023년 이후’라는 응답이 37.3%로 가장 많았다. 이번 위기의 불확실성으로 경영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영업이익은 응답 기업의 52.8%가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봤다. 올해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27.8%, 올해와 유사할 것이라는 기업은 19.3%로 집계됐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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