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日 번역소설 ‘대망’ 수정판 저작권법 위반 아니다”




일본 소설의 번역본 ‘대망(大望)’을 재출판했다가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고소된 출판사 대표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서문화동판 대표 고 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는 일본의 유명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한 ‘대망’을 1975년 4월 출간해 판매해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내에서 단행본 판매만으로 1억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다. 문제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따라 국내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발생했다. 개정법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번역해 출판하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후 솔출판사는 1999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원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소설을 번역해 2000년 12월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펴냈다. 이에 고씨는 2005년에 ‘1975년판 대망’을 일부 수정해 재출간했고 솔출판사는 저작권을 위반해 책을 무단 출판했다며 고발했다.



원심은 고 씨를 유죄로 봤다. 1심은 “1975년판과 2005년판의 수정 정도와 표현 방법의 차이에 비춰볼 때 동일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출판사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1975년판과 2005년판 대망이 동일한 것인가가 법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2심도 고 씨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고 벌금형을 700만 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2005년 판본이 1975년 판본과 다르지 않아 새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2005년판 대망에는 인명, 지명, 한자발음 등을 개정된 외국어표기법이나 국어맞춤법에 따라 현대적 표현으로 수정한 부분들이 다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부분들은 양 저작물 사이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 저작물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을 유사한 범위에서 이용했지만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경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