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젠트 매출은 올 1·4분기 64억원에서 진단키트 매출 호조로 3·4분까지 누적 575억원으로 급증했다. EDGC는 석 전 대표가 위법한 계약을 맺은 만큼 정당하게 해임했다는 입장이고, 석 전 대표는 EDGC가 솔젠트를 합병해 회사를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경제신문은 끈끈했던 협력관계에서 경영권 분쟁에 사활을 거는 관계로 변한 신상철 EDGC 대표와 석도수 전 솔젠트 대표를 각각 인천 본사와 대전에서 만나 쟁점에 대해 들어봤다.
“EDGC의 목표는 솔젠트를 합병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공개(IPO) 하는 것입니다.”
신상철(사진) EDGC 대표는 “석도수 전 대표 측은 EDGC가 솔젠트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우선 목표는 합병이 아닌 솔젠트 IPO”라며 “석 전 대표가 IPO를 막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주주 간 경영권 갈등이 있는 경우 IPO가 힘든 것을 석 대표가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솔젠트 내부 감사에서 ‘직상장을 포기하더라도 경영권 갈등을 일으켜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회의록에서 발견됐다”며 “지난 4월에는 대표이사가 콜옵션을 받는 내용의 컨설팅 용역 계약을 해 경영권 탈취를 모의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상장을 위한 외부감사 요청을 석 전 대표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받아왔던 정식외부감사를 받으라고 수차례 지시했지만 석 전 대표는 의도적으로 정식감사를 피했다”며 “솔젠트의 상장을 막고 있는 것은 석 전 대표 측이며, 합병은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석 전 대표를 해임한 이유는 뭘까. 신 대표는 “석 전 대표가 베스트엠테크라는 페이퍼컴퍼니에 5년간 미국 시장 진단 키트 독점 판매권을 줬다”며 “이 회사는 사실상 매출이 없고, 종업원도 1~2명에 불과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진단 키트 수요가 폭증하던 상황 속에서 단돈 10원의 권리금도 없이 이런 회사에 독점 판매권을 넘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지난 8월 해임 전까지 이 계약에 대해 해명하고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해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석 전 대표 측은 EDGC가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에 반발하고 있다. 솔젠트 이사회는 지난 7일 발행가액 5,600원, 371만2,824주 규모 기존 주주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주주들만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경영권을 다루는 다음달 13일 임시주총과는 무관하다”며 “현지화 전략 수행 및 R&D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고, 자본시장 경색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솔젠트 IPO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연구개발(R&D) 투자액을 늘려 유전자증폭검사(PCR)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연계하는 유전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베스트엠테크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고 미 연방 및 미군 부대에 납품할 수 있는 판매 업체인 YTS글로벌의 한국 지사입니다.”
석도수(사진) 전 솔젠트 대표는 자신이 해임된 근거인 베스트엠테크와의 미국 시장 진단 키트 판매 계약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석 전 대표는 “베스트엠테크와 YTS글로벌의 대표들은 해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매우 각별하다”며 “신상철 EDGC 대표 역시 YTS글로벌이라는 회사를 모르지 않았으며, 신 대표도 YTS글로벌과 계약을 맺기 위해 다른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었다”고 전했다.
석 전 대표는 콜옵션이 담긴 컨설팅 계약에 대해서는 “EDGC측이 임명한 유재형 공동대표 때문”이라고 밝혔다. 석 전 대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증하자 유 대표가 일정 수준의 대우를 요구해 대표이사의 콜옵션이 담긴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문제의 회의록에서도 컨설팅 회사가 ‘우회상장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하자 ‘직상장이 훨씬 좋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외부감사 논란에 대해서는 솔젠트 상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석 전 대표의 입장이다. 석 전 대표는 “지난 2018년에 코넥스 상장을 준비하며 외부감사에 준하는 심사를 받은 결과 시초가도 나오지 않아 결국 포기했었다”며 “2019년 12월 당시는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어 외부감사를 받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급 주는 것을 걱정하던 상황에서 상장을 위한 감사를 지시했다는 신 대표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외부감사를 지시한 이유는 EDGC 헬스케어의 투자를 진행하던 벤처캐피털(VC)이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석 전 대표는 “임시주총에서 경영권을 찾아온 뒤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솔젠트 합병을 노리고 추진하는 유상증자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석 전 대표는 신 대표 측이 솔젠트 유상증자 시 발생하는 실권주를 인수해 지분율을 높이고, 우리사주에도 10%를 배정해 임직원들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석 전 대표는 “입사한 지 불과 두 달 밖에 안된 직원에게 2만주를 배정하는 것은 의도가 너무 뻔하다”며 “장외 거래가(1만9,000원)의 30%에도 못 미치는 5,600원에 ‘초저가 유상증자’를 진행해 불안하게 만들어 지분을 팔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대전=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