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철강社 컨테이너선 대란에 "벌크선이라도"

컨테이너 박스 확보 어렵고 해상 운임마저 급등하자

냉연 선재 등 일부 제품 수출 '벌크선'으로 대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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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물류 대란 장기화로 컨테이너 박스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철강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 수출 비중이 3분의 2를 넘어서는 대부분의 중견·중소 철강 업체들은 물론, 포스코·현대제철과 같은 대형 업체들도 컨테이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자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업계는 석탄·철광석·곡물 등을 수송하는 화물선인 벌크선에 제품을 실어 보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1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큰 철강 업체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컨테이너선이 아닌 벌크 선박에 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1·4분기까지 컨테이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국내 중견·중소 업체들은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대형 업체들보다 ‘물류 대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기초 철강재인 열연·후판 등을 주로 생산한다. 이들 제품은 비를 맞는 등 외부에 노출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벌크 선박으로 운송된다. 중견·중소 업체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받은 열연을 가공해 자동차 강판 등으로 쓰는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인 냉연 등을 생산한다. 냉연 등 선재들은 고급 제품인 만큼 패키징 과정을 거쳐 밀폐된 컨테이너로 주로 운반돼 왔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벌크로 제품을 운송할 경우 침수 등에 따른 제품 손상, 납기 지연 우려를 비롯해 선적지 변경의 문제가 있어 고객사들과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도 컨테이너 품귀 현상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냉연 선재 등 일부 제품을 컨테이너선이 아닌 벌크 선박에 실어 물류 대란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운임과 선박 확보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의 불편이 없도록 물류 품질 확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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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대란이 벌어진 것은 미국이나 중국으로 물동량이 쏠리면서 나간 컨테이너 박스가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하역 작업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LA롱비치항에 접안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은 무려 29척에 달했으며 평균 5~6일을 바다 위에서 대기해야 입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게 컨테이너 자리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비용 부담이 국내 업체들을 짓누르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2,411.8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올해 초 SCFI가 800~900선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1년도 되지 않아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해운 업계는 컨테이너 선박에 이어 박스까지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운임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신조 컨테이너선 인도 부족으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갑작스러운 물동량 증가로 내륙으로 이동한 컨테이너 박스 회수에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며 “회수 기간 증가는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선박 운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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