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인교 칼럼] 타이 美 무역대표부 대표 내정과 미중 관계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대만계 타이, 中전략·약점 잘 알아

트럼프보다 더 강력한 압박책 주장

WTO 분쟁때 中 좌절시킨 전력도

인권도 언급...中, 대응하기 힘들것

정인교 인하대 교수



최근 발표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이 될 것 같다. 45세로 젊기도 하지만 미국으로 이민 온 대만 출신 부모를 둔 동양계 여성이 최초로 미 통상 정책 수장이 됐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통상 업무를 보다가 바로 USTR 대표로 임명된 첫 사례라고 한다. 통상 분야 변호사로서 지난 2007년부터 USTR에서 7년 동안 근무한 후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통상 분야 수석자문역(우리 국회의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겼으니 경력이 그다지 긴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든 당선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미국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국내 투자가 우선이고 중국과의 통상 현안 등 대외 문제는 후 순위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를 능가하는 강경한 대응을 언급했고 당분간 관세 철회를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정권 인수위 명단에서 USTR 등 통상 분야는 맨 아래에 배치돼 있다. 국내 정책 우선을 강조하는 바이든을 두고 미 언론은 ‘국내 대통령’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여전히 심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인’하다시피 한 백신 개발과 공급으로 미국은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게 됐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더라도 트럼프는 코로나19 방역을 자신의 공적으로 홍보하며 중국에 대한 코로나 책임론을 거론할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도 국내 정책 우선만을 강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보다 더 강한 중국 정책을 추진할 USTR 대표가 필요했다. 현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유임시키는 것보다는 중국을 더 아프게 때릴 전문가가 필요했다. 서양인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보다 중국계인 타이가 중국의 체제적 문제점을 따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대선 직후 바이든 승리가 굳어질 즈음 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타이를 USTR 대표로 추천했다.

관련기사



그는 하원 조세무역위 민주당 수석자문변호사로 민주당 의원들의 입맛에 맞게 트럼프의 통상 조직을 상대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포함된 노동과 환경 조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민주당 정강을 USMCA에 두루 반영하는 데 기여했다. USTR 조직을 꿰뚫고 있으면서 의회라는 막강한 뒷배를 이용하니 민주당이 흡족할 만한 협정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타이 내정자의 발언은 바이든의 공약과 유사한 측면이 더러 있다. 지난여름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그는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제안했다. 미국 근로자와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하며 동맹국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민주적인 삶과 인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바이든이 간간이 언급했던 내용과 일치한다.

타이의 역량과 사상은 민주당과 바이든 진영의 눈높이에 잘 맞는다. USTR 시절 타이 내정자는 중국과의 통상 분쟁을 담당하면서 누구보다 중국의 전략과 약점을 잘 간파해 협상 전략을 제시했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중 관계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이 모색됐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고 중국에 부여하기로 했던 시장경제지위(MES)도 거부했다. 또 중국산 상품에 대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무역 구제 조치를 발동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자 타이 내정자가 팀장이 돼 상대했다. USTR에서는 중국과의 WTO 분쟁을 전담하면서 중국 체제와 관련한 불공정무역의 문제점을 제시함으로써 중국이 그토록 바라던 비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논리를 제공했다.

USTR 내정자를 발표한 자리에서 타이는 경제 위기 극복에서 통상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각국의 통상정책은 인간애와 인권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관계가 더 힘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은 자신을 잘 아는 중국계 USTR 대표에 대응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