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관피아 깼다"...농협금융 회장에 손병환 농협은행장

내부 인사로는 9년만에 최초

1세대 디지털 전문가로 꼽혀

농협금융 혁신바람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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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손병환 농협은행장이 확정됐다. 지난 2012년 출범 이후 초대 회장을 제외하면 줄곧 관료 출신이 맡아왔던 농협금융 회장 자리에 내부 인사가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차를 맞아 농협금융 고유의 정체성을 다지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디지털 금융 1세대로서 금융권 대표 ‘디지털 전문가’로 꼽히는 손 행장의 지휘 아래 농협금융의 혁신 바람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농협금융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손 행장을 최종 추천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달 27일 김광수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석이 됐다. 농협금융은 이날 임추위 추천 직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연달아 열어 손 행장의 차기 회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손 행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농협금융 회장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한다.

손 행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농협금융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긴 분들의 기대에 부응해 열심히 하겠다”며 “농협금융은 금융지주사·금융회사로서 역할을 다 해야 하는 한편 농업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해야 할 역할이 또 있다. 그런 부분을 차근차근 잘 챙겨나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 부문 분리로 독립 출범한 후 재임 기간이 3개월에 불과했던 초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기용해왔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소유한 민간 자본 기관임에도 정책 자금을 운영하고 농민을 위해 이익을 환원한다는 점에서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이처럼 정부와 거리를 두기 힘든 특성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고위 관료 출신 회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농협금융도 내년이면 출범 10년 차를 맞는 만큼 4대 금융그룹과 어깨를 견주고 되풀이되는 ‘관치’ ‘낙하산’ 논란을 벗으려면 이번에는 내부 출신을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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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이 30년 정통 ‘농협맨’인 손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 같은 필요성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관료·정치인 출신 인사가 잇달아 금융 관련 수장을 꿰차면서 ‘관피아’ ‘정피아’ 논란이 재차 불거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2020년 이전은 금융지주로서의 뼈대를 농협에 체계적으로 뿌리내리는 시기였다면 2020년 이후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농촌과의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 후보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협금융을 이끌어 나갈 최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손 행장은 농협 내 대표 기획·전략통으로 꼽힌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농협금융 기획실장,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는 시대를 앞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손 행장은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으로 재임했던 2015년에 현재 금융권 ‘오픈뱅킹’의 기반이 되는 오픈 API를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농협금융은 임추위를 통해 손 행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되는 농협은행장도 올해 안에 후임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차기 농협은행장에는 권준학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 상무와 장승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이재식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 김형신 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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