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차주별 DSR 적용...주담대 문턱도 높아진다

[내년 1분기 가계 대출 더 죈다]

3분기 가계신용 1,682조 역대최대

증가율 7%...상승세 가팔라 우려 커져

부동산 시장 안정화까지 계속될 듯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내년 초 가계 부채 관리에 나서겠다는 배경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동산 시장 과열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다 가계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확산되며 가계 부채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계 부채가 경제 시스템 리스크의 1순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내년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강력한 세제 대책과 함께 대출 규제를 통한 투기 수요 억제책까지 전방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5% 인하한 후 계속 동결해온 상황에서 신용 대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자 월급쟁이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기준 가계 신용 잔액은 1,682조 1,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조 8,000억 원이나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 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 부채도 39조 5,000억 원 증가한 1,585조 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다. 가계 부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 각각 3.9%, 4.1%를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1·4분기 4.6%, 2·4분기 5.2%, 3·4분기 7.0%로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가계 부채 증가세에 한은은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계 부채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계 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에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 가계 채무 상환에 부담을 줘 거시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 10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집값 상승과 함께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 부채로 인한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을 경고했다. 과잉 유동성은 증시로도 쏠리고 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는 사상 처음으로 19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신용 잔액은 19조 3,924억 원으로 전달 대비 2조 원이 늘어났다.




거액의 신용 대출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가계 대출 규제 수위를 연달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연 소득 8,000만 원이 넘는 사람이 1억 원 넘는 신용 대출을 받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새로 적용받도록 했다. 1억 원이 넘는 신용 대출을 받은 사람이 1년 안에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규제도 신설했다. 내년 초에는 현재 원칙상 금융기관 단위로 적용하고 있는 DSR을 단계적으로 모든 차주 단위로 전환하고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규제 비율도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보다 엄격한 DSR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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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송년간담회에서 “내년 1·4분기 가계 부채 선진화 방안을 만들 때 DSR을 전체 주담대에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해 DSR을 적용했는데 (이런 조치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뺏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동의한다”면서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가계 부채 안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가계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금융기관들은 아예 대출 문을 걸어 잠갔다. 금융 당국이 연말까지 총량 관리 목표치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은행권에 경고한 데다 내년 1·4분기까지도 은행별 대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카카오뱅크 등은 연말까지 직장인 비대면 신용 대출 신청을 중단했고 KB국민은행은 기존 대출을 합쳐 2,000만 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 대출을 원칙적으로 내주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직장인 신용 대출 비대면 신청을 중단한 데 이어 23일부터는 영업점에서도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일부 가계 대출의 신규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긴급생활안정자금 용도가 아닌 신용 대출은 내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하나은행 역시 24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증가와 이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권이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이는 억제책을 쓰면서 애꿎은 일반 대출자만 이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만큼 가계 부채 조이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가계 부채는 문제였는데 부동산 버블 때문에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났다”며 “가계 부채 부실화로 파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상황이 모든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동시에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내년 아파트 31만 9,000가구를 포함한 주택 총 4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시장 안정의 기본 전제는 충분한 공급”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에 공급되는 주택 46만 가구 가운데 수도권 물량은 27만 8,000가구, 서울은 8만 3,000가구를 차지한다. 아파트만 보면 수도권 18만 8,000가구, 서울 4만 1,000가구다. /빈난새·조지원기자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조지원·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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