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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방에 휩싸인 코로나 백신...접종속도 외 안전성·효과 등 과학적으로 따져야"

[코로나 백신 정치공방 확산]

미국·유럽 등에 비해 뒤처진 접종시기 놓고 논란 가열돼

내년 2~3월 접종목표..일본 먼저 접종시 여론악화 뻔해

미국·유럽 등 백신 선도 접종국, 팬데믹 통제못해 쩔쩔매

미국 1,800만명 확진·32만명 사망, 다음달 더 악화 전망

프랑스·이태리·영국 사망자도 각각 우리 확진자보다 많아

"미국 일반인 접종까지 가려면 내년 한여름·초가을 돼야"

백신 만능주의는 위험...백신 맞아도 마스크 착용 등 필수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늦춰지는 것에 관해 논란이 뜨겁다. 국내의 정치적 논란을 짚어보기 위해 과연 해외 코로나19 실태와 백신 접종 현황은 어떤지 알아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다.

-미국은 백신 접종이 100만회를 넘었다고 하는데.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접종을 시작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접종이 1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 21일부터는 미국 모더나 백신도 접종에 들어갔다.

-현재 누구부터 먼저 백신 접종을 맞고 있나.

△의료진과 요양시설 근무자가 대상이다. 일부 교도소 수감자에 대해서도 접종에 들어갔다. 7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과 교사·경찰관·소방관, 보육시설과 식료품점 근로자 등 필수업종 종사자에게 접종한 뒤 일반인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반인 접종은 언제 시작되나.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질 비베크 머시 박사는 내년 한여름이나 초가을이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게 되는 현실적인 시간표라고 밝히고 있다.

-일반인이 백신을 맞아 집단 면역을 확보하려면 빨라도 내년 가을쯤이라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 인구의 60~70%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집단으로 생기려면 그렇다는 얘기다. 머시 박사는 “만일 모든 일이 잘 진행된다면 우리는 내년 늦봄까지 저위험군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상황을 볼 것”이라며 “일반인에게 백신이 보급되려면 한여름이나 초가을로 가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누적 환진자가 무려 1,815만명을 넘었다. 지난 17일 1,700만명을 넘긴 뒤 21일까지 불과 나흘만에 100만명이나 급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숨진 이도 32만1,000명이 넘었다. 22일 기준 입원 환자는 11만7,077명으로 최대치이고 이날 하루 사망자는 3,401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앞으로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데.

△겨울철 코로나 대유행에다 11월 말 추수감사절 여행과 모임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추세다. 이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여행객이 늘어나는 것도 코로나 확산의 우려를 키운다. 새해 1월에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백신을 빨리 맞기를 원하는가.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지난 16∼20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6%가 최대한 빨리 백신을 접종하길 희망한다고 했으나 32%는 다른 사람들이 접종할 때까지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광풍이 부는데도 백신 안전성을 따져가며 맞겠다는 유보적인 답변이 적지 않은 셈이다.

-미국에서는 국회의원들 중에 백신을 먼저 접종하는 것에 대해 ‘새치기’ 시도 논란도 나오는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80),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79),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78) 등 고령의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백신을 접종했다. 여기에 일부 젊은 의원들이 백신을 맞은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일선 의료진이나 고령층 등 위험군이 먼저 맞아야 한다는 논쟁이 일고 있다. 반면 백신 관련 허위정보에 맞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의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미국에서도 백신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벌어지는 셈인데.

△백신을 먼저 맞은 민주당 소장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 하원의원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에서도 비판여론이 나오자 “시민들이 과학을 불신하도록 만드는 데 공화당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직접 백신을 맞으면서까지 접종을 장려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우리 직무는 백신을 정치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건 전문가들은 정부 고위관리들이 백신을 맞음으로써 국민들이 백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생긴 유럽에서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는데.

△지금 유럽은 영국에서부터 전파력이 70%나 세다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하지만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접종 이후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데이터는 크게 부족해 유의해야 한다. 백신을 한 번 접종해도 일정부분 면역효과가 나오지만 2번 접종해야 정상 효과가 나오는데 2회째 접종 뒤 3개월 후 정점을 찍고 점차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시 말해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 올 겨울에 코로나 백신을 맞는다면 내년 하반기에 다시 맞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백신을 맞아도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백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말인데.

△코로나19 백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감염 우려에 대비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등을 철저히 시행하면서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을 추진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지난 3월 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에 걸렸었는데 최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베르사유궁 인근 휴양시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상태가 나름 안정적이지만 피로와 기침, 근육통 증상을 계속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는 22일(현지시간) 1만1,795명의 신규 확진자와 386명의 신규 사망자가 나왔다.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오는 27일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유럽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아주 많은데.


△프랑스가 현재 250여만명의 확진자가 나와 유럽에서 가장 많고 코로나 사망자는 6만1,000명 이상이다. 유럽에서 코로나 사망자는 이탈리아가 7만여명, 영국이 6만8,000여명이 넘어 프랑스보다 더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코로나 확진자 5만2,550명(격리해제 3만6,726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스페인은 5만여명이 코로나로 숨졌고 독일도 2만8,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로 숨진 분은 7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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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코로나19 변종에 대응해 화이자와 모더나 측이 백신 효능시험에 착수했는데.

△화이자의 백신 공동개발사인 바이오엔테크 우구르 사힌 CEO는 “앞으로 6주 이내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백신도 변종에 나름 효과가 있지만 변종 맞춤형 백신을 추가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화이자 백신 측이 6주 내 신규 개발을 밝힌 근거는 뭔가.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해 개발됐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모방한 백신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사힌 CEO는 “변종 바이러스는 1,270개의 아미노산 가운데 단지 9개 아미노산이 변이한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은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아미노산을 99% 함유하고 있어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RNA 백신이 뭔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은 mRNA를 인체에 삽입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하며 면역d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표면에 돌기처럼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인체 세포 표면의 수용체(ACE2)와 결합하는 원리에서 착안한 것이다. 미국 모더나 백신, 현재 임상 3상시험 중인 독일 큐어백 백신도 mRNA 백신이다. mRNA 백신 개발자들은 내년 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이 유력하다. 의학계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일부 접종자에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18세 이하와 임산부에 관한 데이터가 없기는 하나 백신 중에서 가장 낫다고 본다. 화이자와 모더나 측은 한 번 접종하면 80%가량에서 효과가 나고 두 번 접종을 마치면 94~95%까지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백신 중 먼저 도입하기로 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원리는 어떤가.

△mRNA백신과는 다르다. 우선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졌지만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합으로 만드는 전달체 백신이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미국 존슨앤존슨 백신 등이다. 영국 옥스포드대와 백신 공동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후보물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돋은 단백질 스파이크의 유전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이번 변종에서 발견된 유전암호의 변화가 단백질 스파이크의 구조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효과가 처음에 정량의 절반, 두번째에 정량을 접종할 경우 90%라고 발표한 바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규제기관에 의해 승인이 나 접중이 시작됐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언제나 승인이 나나.

△해를 안 넘기고 이르면 28일이나 29일께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승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같은 원리의 전달체 백신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와 결합 접종 임상시험을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 두 백신을 결합해 효능과 안전성을 보는 임상시험을 중동과 옛 소련권 국가 등 3곳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스푸트니크 V 백신에 있는 아데노바이러스 26형을 조합하는 방식인데 두 백신의 조합이 효과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신 가격을 비교하면 좀 어떤가.

△백신 개발시 보조금 지원금액이나 구매 물량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경제성이 뛰어나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백신의 가격은 1회분 가격이 EU가 2.19달러로 미국(4달러)보다 45.3%나 낮다. EU의 경우 27개 회원국을 대신해 EU 집행위원회가 구매 계약을 협상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도 EU가 14.76달러, 미국이 19.5달러로 유럽이 더 저렴하다. 이에 비해 미국 모더나 백신의 1회 접종분 가격은 EU(19달러)에 비해 미국이 15달러로 더 싸다. 이는 벨기에 예산부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가격 정보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EU와 독일은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에 5억8,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에 41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에 12억달러를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구매하기로 구두 합의했고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과도 구매협상을 깊숙이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미국, 유럽, 인도 다음으로 많은데 백신 접종은 어떤가.

△브라질은 732만여명의 확진자와 18만8,000명 이상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는데 내년 상반기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최소한 1억5,000회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중국 시노백과 미국 화이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국내 도입 코로나 백신 4종 GIF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처음으로 백신을 들여왔는데.

△싱가포르는 지난 21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넘겨 받았다. 올 초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었는데 4월에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당시부터 백신 구입을 추진했다. 동남아 최대 코로나 확진국이라는 오명을 썼는데 35개가 넘은 백신 후보들을 점검해 생산에 용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mRNA 백신을 먼저 고려했다.

-싱가포르가 백신 도입에 더 유리했던 점이 있나.

△싱가포르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해 아시아의 바이오메디컬 허브 격이다.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거 연구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기밀 데이터에 보다 좀 더 빨리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언제 백신 도입계약을 했나.

△싱가포르는 지난 6월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백신 개발에 돈을 대고 시장이 큰 국가들이 먼저 백신을 차지할 것에 대비해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한 것이다. 이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중국의 백신 개발업체 시노백 등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나 일본의 백신 준비 상황은 어떤가.

△중국은 현재 임상 시험 중인 백신이 15개, 3상 시험에 들어간 백신이 5개이다. 3상 시험이 여러개라는 것은 이미 의료진 등 고위험군들에 대한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은 지난 7월부터 잇달아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과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과 유럽 등의 백신 효과와 안전성을 봐가며 내년 상반기 중 전국민 접종을 완료한다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는 제넥신 등 백신 4종에 대해 연내 임상에 착수해 내년 중 3상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도입 시기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데.

△야권에서는 “백신이 없어 K-원시방역으로 전락할 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하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2~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개시를 목표하는데 일본에서 먼저 접종이 시작되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는 얀센(존슨앤드존슨)과 내년 2분기, 화이자와는 내년 3분기부터 들여와 접종하기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밝혔다. 여하튼 백신을 평가하기 위한 핵심 기준은 접종 속도 외에 안전성, 효과, 경제성, 접근성 등을 다각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과학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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