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참새소탕작전의 교훈

손병환 농협은행장

손병환 농협은행장손병환 농협은행장



참새는 여름에는 해충을 잡아서 벼농사에 도움을 주지만, 가을에는 낱알을 먹어 피해를 주는 새이기도 하다. 과거 어느 국가는 참새가 주는 피해만을 보고 참새 소탕작전을 벌였다. 참새는 멸종 직전에 이르렀지만 의도한 대로 벼농사가 잘되지는 못했다.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늘어났고, 급기야 메뚜기 대습격이 일어나 이후 3년간 큰 흉년이 들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한 인간의 욕심이 큰 부작용을 낳았다.

그동안 많은 기업과 국가들도 참새를 쫓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경영자는 이윤 추구에 매몰되어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고, 비용 감축이라는 참새 쫓기에 급급해 협력업체, 환경,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두루 보살피지 못했다. 1992년 유엔기후협정이 체결됐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적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일괄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탄소 배출량이 증가해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경쟁과 효율성 추구가 단기 성과를 거두는데 효과적이었으나 장기 성장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지금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의 대표 대기업들이 모여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경영 목표를 폐지하고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번영을 극대화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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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에서도 ESG경영이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회사는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측면까지 고려해 투자·대출 대상을 결정하고, 자연재해 등 기후위험 증가에 대비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농협은행은 국내 최고의 사회공헌 은행이자 환경 책임 투자 전문 금융회사로서 국가적 노력에 동참하고 농협의 존립 목적인 농업인·농촌 지원 및 농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그린뉴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 농업도 ESG 경영과 시대적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석 연료로 만든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생산량을 늘려 왔지만, 이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몸에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유기농·무농약 등 친환경 농업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또 식량 생산이라는 고유 기능 외에도 국민의 휴식처 제공, 주거 및 일자리 창출 및 지구 온난화 방지와 자연 생태계 보전의 보루로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산업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ESG경영 대열에 합류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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