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기내식은 왜 맛이 없을까? [책꽂이]

사운드 파워

미테일러 치호 지음, 더숲 펴냄




비행기 안에서 먹는 기내식은 여행에 대한 들뜬 기대감으로 반가울 뿐 실제로 ‘굉장히 맛있는’ 편은 아니다. 항공사가 좋은 재료로 공들여 만드는데 왜 그럴까? 기압이나 보관, 또는 온도 탓일까? 원인은 비행기 안의 소리다. 비행기 안의 백색소음이 승객의 단맛 감각을 억제하고 감칠맛 감각을 높인다는 사실이 최근 잇따른 연구 결과 밝혀졌다. 엔진음과 공기순환장치 소리를 기본으로 안내방송과 다른 승객들의 소곤거림까지 합쳐져 대략 81~88㏈(데시벨)의 백색소음을 형성하는데, 이 소리는 평일 도시 큰길의 불도저 소음 정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단맛 감각이 둔해지니 맛있어도 맛있는 줄을 모른다는 뜻이다. 비행기 안에서 감칠맛 성분이 강한 토마토 주스를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소리는 이처럼 청각뿐 아니라 미각과 시각을 비롯해 인간의 의식과 감정,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은 소리를 마케팅과 브랜딩에 접목한다. 새 책 ‘사운드 파워’는 소리가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되는 사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비법을 소개한다. 줄리아드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예술 박사인 저자가 소리의 위력을 연구하는 탐구자로 나섰다.


오감 중 우리가 가장 의지하는 것은 시각이지만, 청각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는 8~10밀리초로 시각 자극이 뇌에 도달하는 속도보다 두 배나 빠르다. 육상경기의 출발신호를 깃발 대신 총소리로 알리는 것이 0.001초라도 기록을 앞당기는 데 유용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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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소리의 영향력을 접목한 브랜딩 전략을 ‘소닉 브랜딩’이라 명명했다. 대표적 성공사례는 맥도날드 광고 속 “빠빠빠라빠~” 하는 멜로디다. 이 소리는 맥도날드의 엠(M)자 로고 못지않게 기업의 정체성을 각인시키고, 언어가 달라도 쉽게 이해된다. 이 멜로디를 들은 뒤 고객의 ‘행복’ 감정이 9% 증가했다는 자료도 있다. 디즈니를 상징하는 음악 ‘별에게 소원을’은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상승하는 느낌과 건전함·안정·영웅·용기 등의 이미지를 준다. 58BPM의 빠르기는 인간의 평균 심장박동과 비슷해 안심 속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대형마트는 매장 입구에 흐르는 신나고 경쾌한 음악으로 고객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채소·과일 코너에서는 냇물과 새 지저귀는 소리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노랫말 없이 악기로만 구성된 장조의 느린 연주곡을 틀어놓으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컨트리음악이나 트로트는 실용적인 상품 구매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소리의 효과를 교육과 학습, 육아와 치유 등에도 접목할 것을 조언한다. 1만6,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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