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나랏빚 급증하는데 전 국민 고용보험 무슨 수로 할 건가

정부가 모든 국민이 실업 급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전 국민 고용 보험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 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힌 후 일사천리로 진행돼 예술인 고용 보험이 10일부터 시작됐다. 골프장 캐디 등 14개 업종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 보험은 내년에 도입된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자영업자의 고용 보험 가입도 추진해 현재 1,400만 명 수준인 가입자를 2025년까지 2,100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 누구나 중간에 일을 그만둘 경우 재취업이나 재창업을 할 때까지 고용 보험의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곳간인 고용보험기금의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 급여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 영향으로 고용보험기금은 올해 말 기준 8조 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적립금 역시 연말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출이 많아 적자로 돌아설 경우 재정에서 충당하면 되겠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을 많이 풀어 나랏빚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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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와 비금융 공기업 등 공공 부문 부채(D3)는 1,132조 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4조 6,000억 원 증가하며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59.0%로 전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또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올해 104조 원을 기록하고 내년에 90조 원을 넘기게 되므로 공공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고용보험기금을 충당할 여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전 국민 실업 급여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표만 얻으려 할 게 아니라 예산 확보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기금 고갈 문제와 관련해 운영해본 뒤 재정 건전성 유지 방안을 마련한다거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자영업자의 고용 보험 가입 방안을 논의한다는 식으로 차기 정권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특고나 자영업자 상당수가 가입을 꺼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고는 보험료의 일부를 내야 하는 사업주가 부담을 느껴 일자리를 줄일 것을 우려한다. 자영업자는 보험료 전액을 스스로 내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걸림돌들을 그대로 둔 채 말로만 전 국민 고용 보험을 외쳐본들 성공할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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