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금융 지원책으로 운영 중인 만기연장·이자 납입 유예 조치가 내년 3월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에서 다음 달부터 업계와 연착륙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앞서 개별 금융사들도 자체적으로 점검에 착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일괄적인 재연장보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은행권에서 실시한 만기연장 규모는 109조1,509억원이다. 건수로는 32만4,743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자 납입을 유예한 규모는 950억원, 8,35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만기연장은 69조8,668억원(19만7,034건), 이자 납입 유예가 661억원(6,393건)이었다. 4개월여 만에 금액 기준으로 각각 56%, 43%가량 증가한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대출에 한해 6개월가량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납부를 유예했다. 이 조치는 당초 지난 8월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차례 연장해 내년 3월 종료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이상 쏟아지면서 재연장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사실상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은행권에서도 코로나 확산 추이에 따른 코로나 금융지원책의 현황을 점검하고 종료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속속 들어갔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연착륙 방안과 관련해 당행의 상황을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및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맹목적인 재연장보다 부분적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차주의 부담을 줄이면서 금융사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자 납입 유예 조치만이라도 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이제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만큼 어려운 시간만 넘기면 해당 업체가 정말 수익을 정상적으로 낼 수 있을지 평가해야 할 때”라며 “이 조치가 영원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주는 차원에서 내년 봄부터는 이자를 갚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 역시 “위험도가 높은 차주에 한해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일부 상환하는 방식, 금리를 재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대출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국가 경제적으로는 한계기업을 퇴출하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내년 3월 연착륙 방안을 시행함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 연쇄 대출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도 꼽힌다. 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 비해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신청 건수는 적은 편”이라면서 “코로나 지원조치를 이용한 차주 중 2금융권에 대출을 받은 경우가 상당히 많을 텐데 연착륙에 따라 은행권 대출을 못 갚겠다고 할 경우 2금융권 대출도 부실이 될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제까지 정치가 금융을 압도하지 않았느냐”며 “가뜩이나 내년 선거가 있는데 이자를 걷기는커녕 재연장을 위한 군불 떼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