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비규환 전쟁통이 따로 없네요”…대책 없는 격리로 공포에 내몰린 요양병원

잇따른 코호트 격리조치 속 병원 내 확진자들 속출

외부이송 어려워 방치…“日 크루즈선 사태와 비슷”

전문가 “연쇄감염 막으려면 접촉자 격리공간 마련”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울산=연합뉴스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울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전국 요양병원들이 집단감염 공포에 내몰리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시설들에 내려진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 외에 내부 연쇄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무더기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요양시설 내 연쇄감염을 막기 위해선 밀접 접촉자들을 외부에 격리할 수 있는 공간 마련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5일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코호트 격리된 부천의 효플러스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일 0시 기준 6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격리인원 80명(환자 59명·직원 21명)의 80% 가까운 수치다. 이 요양병원에서 외부 치료기관의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진 사람은 21명에 달한다. 19일간 코호트 격리가 됐던 울산 양지요양병원은 전날(24일)에야 확진자들이 울산대학교병원 감염병 치료 병동으로 이송됐다. 이전까지 이 병원 내 확진자는 전체 격리 인원 절반에 육박했다. 이밖에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과 경기도 일산의 미소아침요양병원, 청주 참사랑노인요양원 등도 각 시설마다 40~70명대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창문으로 한 입소자의 링거액 주머니가 비치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전날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환자가 22명 나왔다. 이들 중 20명은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졌다. /연합뉴스지난 23일 경기도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창문으로 한 입소자의 링거액 주머니가 비치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전날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환자가 22명 나왔다. 이들 중 20명은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졌다. /연합뉴스


코호트 격리 조치 이후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요양시설 종사자와 환자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있다. 지난 10~11월 한 달 가량 코호트 격리됐던 경기도 광주 SRC재활병원의 석주연 보건의료노조 지부장은 “격리 초반 당시 간호사 4명이 방호복을 입은 채 2교대로 환자 47명을 돌봤다”며 “간호는 물론 의료폐기물 처리와 배식업무까지 떠맡는 와중에 확진자가 쏟아져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밀접접촉자와 비접촉자들이 화장실도 같이 쓰고 밥도 같이 먹는데 어떻게 코로나에 안 걸리겠느냐”며 “일본이 크루즈선을 격리했을 때와 다를 게 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2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해당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 바 있다. 이 크루즈선에서 집단 감염된 인원은 700명이 넘었다.


경기도에서 요양원을 운영 중인 A씨도 “요양원은 대부분 다인실 구조라 확진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당시 자원한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격리돼 환자들을 돌봤는데 ‘전쟁통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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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에버그린실버하우스에 22일 출입통제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에버그린실버하우스에 22일 출입통제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요양병원에 격리된 환자의 보호자들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코호트 격리 조치 이후 집단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전담 병상 배정 소식은 깜깜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입소자의 며느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인터넷카페 게시판에 “지금 그 병원의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같은 병실에서 칸막이만 해놓은 채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보건소와 통화해보니 확진자를 이송할 수 있는 병실이 확보되지 않아서 대기 중이라고 들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요양시설의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는 동일한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들을 불가피하게 같은 공간에 둬야 할 때 시행하는 것이라 지금 요양병원들은 코호트 격리 대상이 아니다”라며 “격리된 사람들이 모두 코로나에 걸릴 때까지 내버려두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요양병원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많아 한 번 확진자가 발생하면 모두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요양병원에 있는 밀접 접촉자를 병상가동률이 떨어지는 민간병원이 수용해 격리시켜야 연쇄·교차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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