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용으로 ‘기사회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 첫날 ‘중대범죄 사건을 우선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 사정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은 연휴 기간인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는다. 8일이란 정직 기간 사이 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윤 총장이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복귀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총장으로서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출근…총장 다음 행보는=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출근해 조남관 대검차장과 복두규 사무국장으로부터 수사권 조정은 물론 수사 상황 등을 보고받는다. 아울러 정책기획과장과 형사정책담당관,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업무를 보고받고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28일 윤 총장이 정례 회의 등 공식 복귀에 앞선 준비작업으로 풀이된다.
현재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대응 지침에 이은 윤 총장의 행보다. 윤 총장은 25일 ‘코로나 19 관련 대책 회의’ 이후 화상·온라인 조사를 활용하는 등 소환 조사를 최소화하고, 형사사법 시설의 방역과 안전확보를 최우선 업무로 인식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형사법 집행에서 중대범죄 사건을 우선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19 확산에 대응 조치의 일환이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앞으로 내릴 수 있는 수사 지휘에 따라 정치·사회적으로 각종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原戰 수사’ 가속 나서나=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언급한 중대 범죄 사건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이 포함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윤 총장이 1일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직무 정지에서 복귀하자마자 최우선으로 챙긴 사안이 관련 수사였다는 이유에서다. 윤 총장은 당시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에서 올린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이후 수사팀은 이들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16일 재차 직무에서 배제되면서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수사팀은 지난 23일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하거나 이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한국수력원자력 측 임직원 등도 조사했으나 핵심 피의자로 분류되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은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 보고에서 윤 총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주요 사건부터 보고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코로나 19사태에 따라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 등이 수사 지휘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 백 전 장관이나 채 사장 등이 소환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 조사 내용이나 증거 확보에 따라 최고 윗선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강공·속도 조절…尹, 선택의 시간=다만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속도를 낼 경우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지휘에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우선순위로 두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은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관계자는 “검찰은 그동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부·여당과 마찰을 빚어왔다”며 “그만큼 윤 총장이 복귀 이후 첫 수사 지휘가 해당 사건이라면 청와대와 여당 등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동안 검찰 수사를 보면 정면 돌파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총장이 복귀 결정 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상식을 강조한 만큼 수사에서도 우회보다는 직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인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때문에 소환 조사에 이은 청와대 등 윗선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