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규제 3법을 정치법안처럼 처리"…박용만의 마지막 쓴소리

■대한상의 회장 내년 3월 임기 종료…7년 5개월간 소회 밝혀

"국회 처리과정 굉장히 아쉬움 커

기업들에 큰 부담만 안겨 무력감

하위 법령으로 보완해야" 호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송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제공=대한상의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송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제공=대한상의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들을 마구 처리할 때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올 한 해 경제를 되돌아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송년 기자 간담회를 통해 7년 5개월간의 임기 소회를 밝혔다. 임기 동안 기업을 위해 규제 없애기에 매달린 그는 우리 경제에 대한 마지막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업규제 3법에 가장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기업규제 3법의 경우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며 “정치 법안과 똑같이 그렇게까지 처리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겠다고 했고 공청회와 토론회도 열었지만, 입법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대다수의 성실한 기업을 생각하면 과잉 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에 선제적인 대응을 당부하면서도 국회가 하부 규정으로서 부작용을 보완해달라고 다시금 호소했다.


박 회장은 내년 우리 경제가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회복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가 부채비율 △민간 부채 △자산 시장 불균형 △정치 일정 등 주요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기업 자금 안정 대책 등 정부의 금융 지원이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러면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나 기간산업 안정 자금 등 특단의 대책들의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며 “이 여력을 이용해 좀 더 전향적으로 구조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의 체력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그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들인 비상조치, 특단의 조치들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때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많다”며 “현재 부채비율도 굉장히 높고 재정 여력도 많이 소진시킨 상태에서 경기회복 기대만으로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사회 및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최근 가중되는 백신 보급 논란과 관련해 사견임을 전제로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년째 결론이 나지 않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에 대해 “중재에 나서라는 얘기도 있었고 총수 간 대국적 해결 등 여러 이야기가 많았지만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형태든 법에 의한 결론이 좀 나와야 해결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군사·외교·무역 등의 분야에서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회장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민간 샌드박스’로 청년 창업가들을 도운 것을 꼽았다. 그는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한 지 반년 조금 넘어 200여 일 했는데 84건 정도 해결했다”며 “신청 서류를 줄 세우면 여기서 국회까지 거리 6.5㎞ 정도, 하루 한 건 지원, 평균 매주 3건 정도 시장에 출시했다”며 뿌듯해했다.

2013년 8월부터 7년 5개월째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재계에서는 유력한 후임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이날 박 회장은 차기 상의 회장 인선 계획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변수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