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가붕개'는 오늘도 웁니다

방진혁 사회부 기자




“4천은 너무 많지 않나” “최저임금 3천도 안 되는데”

대학생 3분의 2가 희망하는 연봉은 3,000만 원대, 10명 중 8명은 4,000만 원 미만이라는 27일 자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한국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500만 원~3,000만 원을 원하는 대학생은 17%, 4,000만 원 이상은 10%로 집계됐다.


청년 실질 실업률이 25%가 넘는 저성장과 고용 불안의 시대에 말 그대로 인간답게 살고 싶은 청년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작은 희망마저 품어줄 여유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한번 계산해보자. 수도권에 직장을 얻고 결혼해서 대출받아 집을 사고, 아이 낳아 기르는 ‘평범한 삶’을 누리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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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지난 2013년 283만 원, 2017년 320만 원, 올해 1~9월 평균 352만 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발표한 서울 집값에 대입해 계산해보면 30평(전용 84㎡)짜리 집을 월급 한 푼 안 쓰고 사려면 2013년에 19년, 2017년에 21년 걸리던 것이 올해는 30년이 걸린다. 경기도 30평짜리 집값은 현재 11년 정도가 걸린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통신비·식비·의류비 등을 고려하면 평생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천 입학제 공공 의대 설립 등 정책으로 계층 사다리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청년들이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통신·의류비 등을 계속 지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에게는 신분 상승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또래에게 뒤처지기 싫은 것이다. 밥은 말 안 하면 티가 나지 않는다.

올해 서울대 도서 대여 순위 1위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스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공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펼칠 계층 사다리를 만드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포유류에도 끼지 못하는 가붕개의 한탄은 오늘도 이어진다. bready@sedaily.com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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