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에게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급전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한 이후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도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대부업 시장 자체가 경색됐다는 분석이다. 내년 하반기 또 다시 최고금리 인하가 예정된 가운데 서민의 대출절벽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이같은 내용의 2020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15조4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5.5%(8,739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대형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이 12조1,106억원으로 7.7%(1조90억원) 줄었다.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에서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저축은행이 인수한 대부업체에서 영업을 축소한 점이 대출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계 영업중단한 대형업체와 저축은행 인수계열의 대출잔액은 지난 2018년 말 6조9,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8,000억원으로 반토막가량 났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도 지난해보다 11.4% 준 157만5,000명에 그쳤다. 감소폭의 절반 이상은 영업중단한 일본계 대형업체와 저축은행 인수계열에서 비롯됐다.
대출잔액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신규 영업을 중단하면서 신용대출이 지난해 말(8조9,109억원)보다 11.9% 감소한 7조8,502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담보대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말 32.2%에 그쳤으나 올해 6월 47.8%로 껑충 뛰었다. 대부업체들이 급전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대신 부동산 담보대출 등으로 비중을 늘려간 것이다.
지난 6월 말 평균 대출금리는 17.0%로 지난해 말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대형 대부업자의 연체율은 8.6%로 전년 말보다 0.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0.5%포인트 늘었지만 담보대출에서 3.3%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등록된 대부업체는 8,455개로 지난해보다 101개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앞서 2018년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한 뒤 대형 대부업체들이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잇따라 문을 닫았다. 내년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또 인하하는 만큼 서민들의 대부업체 이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측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신용공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법정 최고금리 미준수, 불법 채권 추심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현장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