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거인 된 동학개미, 분산 투자·리스크 관리해야 살아남는다"

[레벨업 한국증시] <상>자본시장 리더들이 본 투자시장

변동성 큰 주식에만 '편식 투자'

자산 다양화로 꾸준한 수익 내야

내년 증시 유입자금 줄어들겠지만

코스피 3,000P 넘어 안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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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식시장은 1년 내내 한편의 ‘드라마’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포의 폭락장을 연출했으나 기술주의 선전과 ‘동학 개미’의 등장 등에 힘입어 결국 저점 대비 2배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특히 한국 증시는 개인 자금의 유례없이 강한 머니무브로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자본시장의 리더들은 올해 증시 주도 세력으로 성장한 동학 개미들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 자산을 다양화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년에 이들의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 강도는 올해보다 둔화되겠지만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진행한 ‘2021년 한국 증시 전망’ 설문에서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금융투자협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자산 운용사, 유관 기관 최고경영자(CEO) 23명의 자본시장 리더들은 동학 개미들이 국내 증시의 주도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 자산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답자 중 29.2%가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지적했으며 간접 투자 확대와 리스크 관리 능력 확대를 꼽은 리더의 비중도 각각 20.8%를 기록했다. 동학 개미들이 올해 증시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보였지만 변동성이 큰 주식에 편중이 심한 편이었고 이에 따라 리스크 관리에도 취약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특히 단타 및 레버리지 상품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16.7%)도 적지 않았다. 올해 증시는 급락 후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기대 수익률이 높았지만 백신이 본격적으로 접종되고 치료제 출시가 가시권에 접어들면 내년 증시 기대 수익률은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 방’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코로나19 이후의 변화한 세상에 잘 적응한 개별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리더들의 진단이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내년에는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며 “올해 같은 비대면 일변도가 아닌, 세상 변화에 잘 적응한 콘택트 기업들도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만 100조 원에 달하는 개인들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예금·부동산 등에서 증시로 가계 자금의 ‘머니무브’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내년에는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응답자의 60.9%가 ‘자금 유입 규모는 올해보다 덜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26.1%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함께 금융 투자 업체들의 꾸준한 수익률 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4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 투자자 금융 교육 강화(4.3%), 저금리 환경 유지(8.7%) 등이 소수 의견으로 나타났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한 주식을 10년씩 장기 보유하면 개인 투자자의 부를 늘리고 기업들도 자본 시장에서 자본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제도에 국회나 정부가 세제 혜택을 좀 더 과감하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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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리더들은 내년 증시도 올해만큼은 아니겠지만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응답자 대부분이 내년에 3,000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3,000포인트를 넘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47.8%였으며 3,000포인트를 넘어서겠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밑돌 것이라고 응답한 리더도 34.8%였다. 3,000포인트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올해 코스피는 연초 대비 30% 이상 넘게 올라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나 일본의 닛케이225지수 등 선진국 증시의 상승률을 훌쩍 넘어섰고 같은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되는 대만이나 중국 증시보다도 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해 지수가 1,400포인트대까지 내려갔지만 연말 2,900선에 육박하면서 글로벌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복원력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 리더들은 여전히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의견은 전체의 65.2%에 달했으며 적정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34.8%였다. 고평가됐다는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이유로는 기업 지배 구조와 주주 환원 정책이 미흡해서라는 의견이 43.5%로 절반에 육박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배당 성향은 26%에 불과해 글로벌 지수 평균(41%)에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은 “한국 상장사들의 주주 환원 정책이 확대되면 외국인의 수급 개선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뒤를 이어 과도한 대외 의존형 경제구조(21.7%), 높은 환율 변동성(13%)을 꼽는 응답자가 많았으며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한 리더도 8.7%를 차지했다.
/박성호·이혜진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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