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운명과 행복, 삶과 죽음...동서양 고전서 찾는 지혜[책꽂이]

■무엇이 좋은 삶인가

김헌·김월회 지음, 민음사 펴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영웅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앞두고 갈림길에 선다. 전쟁에 참가하면 죽을 것이요, 참전하지 않는다면 장수하며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누가 죽음의 길을 택하겠나 싶지만, 그는 하나뿐인 목숨을 바쳐 전쟁터에서 일찍 죽는 대가로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오디세이’에 같이 등장하는 오디세우스는 전쟁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름다운 요정 칼립소에게 붙들려 7년을 보내다 갈림길에 놓인다. 칼립소와 함께 신적인 존재로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섬에 머물 것인가, 죽을 인간의 운명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 역시 불멸영생의 본능을 거스르며 집으로 간다. 오디세우스는 “잊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죽음”이라 생각했고 불멸로 가는 유일한 길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불멸하는 명성으로 남는 것”이라 여겼기에 트로이 목마의 영웅으로 남았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라는 질문에 서양고전학자인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어차피 죽는다면 불멸의 명성만이 인간에게 열린 유일한 불멸의 길”이라고 답한다.


이에 동양고전학자인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되묻는다. 그 ‘명예로운 삶’을 위해서는 ‘누구에게 인정받을 것인가’. 공자가 ‘이름값을 바로 잡는다’고 한 정명(正名)을 강조하며 말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다리를 뻗고 앉은 친구 원양에게 “어려서는 공손할 줄 모르고 커서는 칭해지는 바가 없으며 늙어서는 죽지 않고 있음이 바로 도적”이라며 야멸차게 정강이를 후려쳤다. 여기서 칭해지는 ‘이름’이란 허울뿐인 명성이 아니라 실덕(實德)을 근거로 난 이름, 자신이 명성 산출에 주도적 역할을 한 ‘선명(善名)’이다. 그리하여 김월회 교수는 “명성의 씨앗은 남이 아닌 ‘나’에게서 발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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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서양 고전학자가 쓴 ‘무엇이 좋은 삶인가’는 운명과 행복, 삶과 죽음에 대한 12가지 주제를 고전에 근거해 탐색한 책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 부딪치면, 개인적 고뇌인 줄 알았으나 결코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때면, 고전을 펼쳐 답을 찾는 이들이 있다. 책에 정답이 적힌 것은 아니지만 성찰 속에 스스로 길을 찾게 되는 것이 고전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주체적인 선택과 진리를 따르는 삶을 견주어 보고, 포기할 수 없는 부(富)를 공정한 삶의 터전과 비판적 거리 두기의 관점으로 살핀다. 정의, 아름다움, 분노, 공동체, 역사 등을 보는 먼 옛날 고전의 시각이 21세기의 현대인을 ‘뜨끔’하게 만들기에 이 책이 더 빛난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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