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원년이 될 것입니다.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전기차들이 쏟아집니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해 선보인 정도였지만 2021년부터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처음부터 전기차를 위해 연구개발(R&D)한 차량을 대거 출시한다. 유럽·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의 환경 규제 강화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000270)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로 응전한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매년 시장 규모 21% 급증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2021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약 687만 8,000여 대로 추산했다. 2020년 판매량 310만여 대(EV볼륨스 추산)의 두 배가 넘는 성장이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21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1% 커져 2030년에는 판매량이 4,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성장세의 요인은 세계적인 탄소 배출 규제다. 환경 규제가 가장 강한 유럽의 경우 자동차 업체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많게는 조 단위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일례로 유럽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폭스바겐은 별도 조치가 없을 경우 2021년 최대 18억 3,000만 유로(약 2조 4,43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전기차 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중국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은 현재도 전 세계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팔리는 최대 시장이지만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5% 정도다. 거꾸로 얘기하면 2035년에는 최대 내연기관차 시장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시장을 키우겠다고 이미 밝혔다. 환경 규제가 아니더라도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를 구현하려면 에너지 소비가 효율적인 전기차를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 전환은 필수적이다.
현대·기아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출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2021년은 ‘진짜 전기차’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해 판매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을 대거 출시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005380)는 2021년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 5를 출시한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 모델은 최고 출력 313마력의 힘과 최대 450㎞의 주행거리,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2초에 도달하는 순간 가속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도 E-GMP를 탑재한 CV(프로젝트명)를 내놓는다.
전기차 굴기를 꿈꾸는 중국 업체들도 도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니오·샤오펑 등 전기차 전문 업체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했거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2021년 전기차 플랫폼을 양산할 예정이고 BYD도 연내 플랫폼을 공개한다. 상하이차도 GM과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른 테슬라 또한 더욱 속도를 높인다. 주요 시장인 중국 생산 능력을 현재 25만 대에서 두 배로 확대한다. 이뿐만 아니라 2021년 7월께 독일 베를린 공장을 새로 가동하고 중형 SUV 모델 Y를 생산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내연기관차 강자들도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벤츠는 대형 전기 세단 EQS와 준중형 전기 SUV EQA를 내놓는다. BMW도 준대형 SUV iX 개발을 마치고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1년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고유 모델의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진검 승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