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2022년도 예산안 편성 작성 지침’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 운용 기조를 공식화했다. 내년에도 포용적 선도 국가와 경제 정상 궤도 진입을 내세워 올해와 마찬가지로 확장 재정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8.9% 증가한 558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내년 예산 증가율을 7% 중반대로만 잡아도 사상 첫 600조 원대의 ‘슈퍼 예산’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 규모가 첫해인 2017년 400조 원가량에서 5년 만에 50%나 불어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에 영아수당, 상병(傷病)수당 등 각종 현금성 복지 사업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0~1세 영아에게 월 30만 원씩 지급하는 영아수당은 앞으로 5년 동안 3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아플 때 쉬어도 소득을 보장해주는 상병수당은 매년 8,055억~1조 7,718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에 노인의 단기 일자리 보급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현 정부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외면하고 돈 풀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퍼주기 경쟁이 가열되면 포퓰리즘 예산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코로나19를 앞세운 ‘전 국민 위로 지원금’처럼 선거를 의식한 매표 공약이 곳곳에서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국세 감면액이 지난해 53조 9,000억 원에서 올해 56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나 3년 연속 법정 한도를 넘긴 것은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와중에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사업이 늘어나면 재정 부담만 더욱 커진다. 국가 채무는 올해 965조 원에서 내년에는 1,10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8.2%에서 내년에는 52.3%까지 치솟게 된다. 국가 부채가 급증하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뿐더러 진짜 위기가 닥쳐도 대처하기 어렵다. 오로지 선거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현금 퍼주기를 하면서 차기 정권에 나랏빚 폭탄을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국정 농단이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