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로나 잠재부실 100만건,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빚폭탄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사례가 100만 건을 넘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44만 2,000건에서 10월 기준 106만 건으로 2.4배 늘었고 금액도 135조 원에서 261조 원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금융 지원을 하려 했던 게 벌써 세 차례 연장돼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 터널을 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조치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 없이 대부분 기업의 상환을 늦춰준 탓에 생존 능력을 잃은 ‘좀비 기업’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치열한 구조조정은커녕 정부 지원에 기대 빚만 늘리는 도덕적 해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외감 대상 기업의 17.8%가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었다. 문제는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금융회사의 건전성 수치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10월 말 은행권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5%로 1년 전(0.34%)보다 외려 0.09%포인트 낮아졌다. 만기 연장 조치로 ‘부실(징후) 여신’이 ‘정상 대출’로 남는 사실상의 ‘분식’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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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선거용 돈 풀기 포퓰리즘을 밀어붙인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부실이 들불처럼 전염돼 ‘한국판 헝다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더 늦기 전에 선제적인 자율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구축해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금융 당국도 여당의 눈치만 보며 차기 정부에 ‘부실 폭탄’을 떠넘길 게 아니라 3월 대출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정밀한 구조조정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이 정도로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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