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에 대해 강한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글로벌 각국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최근 코스피 현물·선물을 동반 매도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증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로 전환하는 분위기 속에서 신흥국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모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17포인트(1.36%) 내린 2,921.9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61억 원, 6,009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등 쌍끌이 매도세에 45포인트 이상 빠지기도 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을 매도한 데 더해 코스피200 선물을 1조 원 가까이 매도하며 총 1조 2,000억 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통상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대량 매도하면 선물 가격이 하락해 금융 투자 등 기관이 순매수하게 되고, 선물을 매수한 기관은 선물 매수에 대한 가격 변동으로 손실을 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현물을 매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 공세에 기관의 현물 매도가 동반됐고 여기에 외국인 현물 매도까지 겹치며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신흥국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가 1.28% 하락해 마감했고 상하이종합지수도 0.96% 내려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낙폭이 컸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것은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지만 향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사가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전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대부분이 매파적(통화 긴축)인 기조로 전환하면서 미국 증시의 약세를 주도했던 점 또한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인터넷·바이오·게임 등 성장주에 집중되고 있어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성장주의 하락 폭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도 카카오뱅크(626억 원), 카카오(474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421억 원), 셀트리온(370억 원), 엔씨소프트(349억 원) 순으로 매도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