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기준 순매도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들은 2019년 이후 줄기차게 미국 빅테크 주식을 중심으로 순매수 행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207억 달러(27조 원)에 달했고 올 들어서도 5월까지 매달 10억~30억 달러어치씩 순매수했으나 6월 들어 4억 달러 수준으로 순매수액이 급감하다가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러나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로 성장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가운데 최근 미국 뉴욕 증시가 반등하자 테슬라·애플 등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달러화가 비쌀 때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美 증시 반등에 ‘차익 매물’=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7월 미국 주식 매도액은 89억 5775만 달러(약 11조 7006억 원)로 매수액(89억 5407만 달러)보다 368만 달러(약 48억 원) 많았다. 월간 매도액이 매수액을 앞지른 것은 2019년 8월 이후 3년여 만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2019년 24억 570만 달러에서 2020년 177억 6790만 달러, 2021년 207억 9180만 달러로 치솟았다. 올 들어서도 1월 24억 7000만 달러, 2월 30억 달러, 3월 16억 4000만 달러, 4월 25억 달러, 5월 186억 달러의 순매수를 나타내다 6월 4억 758만 달러로 급감, 7월 크게 줄었다. 보관 금액 역시 2021년 12월 677억 7870만 달러에서 7월 604억 5995만 달러로 10% 넘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7월 순매도 우위 현상의 배경으로 미 증시 반등을 지목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차익 실현 물량과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매도가 쏠렸다는 해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성장주가 올 들어 20~30% 급락하면서 미국 주식에 대한 서학개미의 환상이 무너졌다”며 “추세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차익 실현과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7월 순매도 종목 1~7위를 보면 급반등한 성장주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서학개미가 가장 사랑하는 테슬라(-1억 8484만 달러)였다. 주가는 지난달 무려 32.37% 급반등했다. 애플(-2665만 달러)과 쿠팡(-1985만 달러)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8.83%, 35.60% 크게 치솟았다. 4~7위에 있는 아마존(-1632만 달러), 로블록스(-1308만 달러), 미국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500(SPY)’ ‘BMO 마이크로섹터 팡+ 인덱스 3X 레버리지 ETF(FNGU)’ 등도 모두 주가가 크게 오른 대표적인 종목들이다. 달러당 약 1300원에 이르는 고환율도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서학개미는 강달러 효과를 통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대신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엔화와 유로화를 고려해 일본과 유럽의 주식을 ‘직구’하는 투자자가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7월 일본 주식은 700만 달러어치, 유럽 주식은 50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글로벌 증시 반등 지속되면 결국 미국 주식이 최대 수혜"=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서학개미의 이탈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고비였던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2분기 실적 시즌을 무난하게 넘기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위험 자산인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자금은 7월 약 6280억 달러로 6월 29일(약 6286억 달러) 대비 0.09% 감소에 그쳤다. 반면 안전 자산인 글로벌 채권형 펀드의 자금은 7월 720억 달러로 전월(745억 달러) 대비 3.35% 줄어 주식형보다 낙폭이 컸다. 육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그간 글로벌 증시를 억누른 요인은 이미 알려진 악재고 2008년 금융위기나 2000년 닷컴버블 같은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전고점을 뚫는 강한 반등은 아니어도 미국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베어마켓 랠리’가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보다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많은 만큼 서학개미가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 증시와 타국 증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