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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한 근 주세요…압구정에 뜬 정육점 정체는? [지구용]





세상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압구정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정육점이 등장했어요. 근데 이제 고기가 없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 알고 보니 이 정육점은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가 연 대체육 전문 팝업 스토어였어요. 붉은색 조명 아래 큼지막한 햄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영락없는 정육점의 분위기를 자아냈는데요. 겉모습만 그럴싸한 게 아니에요. 쇼케이스에는 진짜 햄처럼 보이는 대체육 콜드컷 햄 덩어리와 슬라이스, 미트볼, 패티 등을 진열했고 정육점처럼 250g, 500g 등 근수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돼지고기 95% 찾던 나 반성해...여기가 햄 맛집




이 정육점의 메인은 햄입니다. 미트볼이나 다짐육, 패티 등 다른 대체육 원물들도 판매하지만 간판은 햄이에요(단호). 다른 대체육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음 고기는 아니네’ 이런 생각 들잖아요. 근데 이 햄은 안 그래요. 가공육 햄 특유의 짭짤함은 물론, 미역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사용해 쫄깃함까지 거의 유사하게 구현했어요. 눈 감고 먹으면 솔직히 구분 못할 정도. 콩고기 특유의 푸석함이나 이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요.

햄은 총 3종류인데요. 원조는 스타벅스 햄&루꼴라 샌드위치에 납품하는 ‘볼로냐’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에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슁켄’은 향신료 향을 더한 햄으로 샐러드에 잘 어울리고, ‘모르타델라’는 지방 입자가 더해져 씹을 때마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햄 종류별로 사서 비건치즈, 크래커, 올리브랑 한 상 차리면 와인 안주 뚝딱. 가격은 100g당 5000~6000원(변동 가능)대였어요.

미트볼도 의외의 발견이었습니다. 사실 미트볼에 안 좋은 추억이 있는(요리왕 비건-캠핑편 다시보기) 에디터는 먹기 전부터 겁이 났는데요. 이 미트볼은 특유의 불향이 가미돼 살짝 구워서 올리브유랑 후추만 뿌려 먹었는데도 맛있었어요. 크기가 작은 것도 한몫 했어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대체육 다짐육은 콩고기 특유의 이질적인 식감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이 제품은 아무래도 작다 보니 식감의 단점이 확실히 가려지더라고요(꽤 영리한데?).

원물 말고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있어서 카페처럼 브런치도 즐길 수 있어요. 콜드컷 햄 3종류를 활용한 샌드위치 3종과 샐러드 3종. 치즈부터 빵까지 들어가는 재료들도 다 비건 제품이에요. 빵도 버터를 쓰지 않고 직접 구웠다고. 오트(귀리) 음료로 만든 코코넛 밀크와 그린티 밀크도 별미고요. 대체 달걀 흰자로 만든 마카롱과 초코케이크도 판매해 비건 디저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요.


▲가공육 햄, 우리 몸에 나쁜 이유는?

대부분 일반 가공육 햄은 아질산나트륨, 콜레스테롤, 동물성 지방, 항생제, 보존료 등이 들어있어요. 특히 발색제와 보존제로 흔히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성 단백질 중 아민 성분과 결합하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해 매우 위험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육을 발암성 관련 분류 1군에 포함시켰고, 우리나라 식약처도 지난해 8월 아질산나트륨을 직접적인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면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했어요.

‘비건옵션’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드는 날까지




더베러는 팝업 스토어인데도 운영 기간이 꽤 길어요. 7월 30일부터 12월 말까지. 왜 이렇게 길게 잡았냐고 물었더니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체육에 익숙해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서란 답변이 돌아왔어요. 비건 옵션을 선택하는 게 유난스럽거나 별난 게 아니라 일상이 되는 그런 날을 목표로 한다고. 사실 제품만 팔 거라면 이마트나 쓱닷컴에 들어가면 되는 거니 이해가 갔어요. 이른바 스며들기 전략. 이를 위해서 비건·친환경 클래스도 운영해요. 베러미트가 지향하는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을 주제로 지금까지 타일러, 줄리안, 박준우 셰프가 각각 세 차례 진행했어요.

8월부터는 초청인이 아닌 일반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운영한다니 관심 있는 분들은 베러미트 인스타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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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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