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하면 떠오르면 몇 가지 단어와 문장이 있다. 따뜻하고 정겹고, 익숙하면 반갑다. 반대로 외면하고 싶은 것과 마음속 깊숙이 묻어 둔 비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컴백홈'은 이런 고향에서 내가 숨겨두고 외면했던 것과 다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상처가 치유된다고 말한다.
'컴백홈'(감독 이연우)은 모든 것을 잃고 15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무명 개그맨 기세(송새벽)가 거대 조직의 보스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서울 상경을 결심한 기세. 그러나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폐지 소식과 함께 꿈, 돈, 집 등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 만난 충청도 최대 조직의 삼촌 강돈(이범수)은 현금 20억과 함께 기세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고, 기세는 다시 행복한 인생 역전을 꿈꾼다.
작품은 고향과 옛 것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세는 언제나 "부모 없이 나 혼자 자랐다"고 말하는 인물. 고향과 부모가 해준 것 없다고 생각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간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야 비로소 고향을 찾은 기세. 사실 자신이 혼자 자란 게 아니라 아버지의 희생 속에 컸으며 고향의 따뜻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걸 깨닫는다.
기세를 통해서는 외면하고자 했던 걸 직면해야 상처가 치유된다는 걸 말한다. 기세는 꾸준히 아버지, 고향, 첫사랑을 외면하고자 노력한다. 고향을 무려 15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은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외면하려고 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회피가 인생의 답은 아니다. 아버지의 흔적을 다시 발견했을 때,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고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거다.
고향 친구 택규(오대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세의 집안과 택규의 집안은 원수 사이. 때문에 기세는 가장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에도 장례식장에 가지 못하고, 택규는 상처받는다. 용기를 낸 기세는 택규 아버지의 제삿날에 방문하고, 택규에게 진정한 용서를 구한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소소한 코미디는 따뜻하다. 희한한 손가락 버릇을 갖고 있는 강돈, 충청도 조직들의 사투리 티키타카, 고향 친구들의 말장난 등 사소한 웃음 포인트는 삶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코믹하면서 동시에 공감과 위안을 줄 수 있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호연은 이를 완성한다. '조연 어벤저스'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 감독의 바람답게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뽐낸다. 우유부단해 보이는 기세를 연기한 송새벽을 비롯해 빌런이지만 빌런처럼 보이지 않는 강돈, 구수한 친구들, 지역 패권을 쥐고 있는 조폭들의 캐릭터는 모두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