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으로 경기가 4분기에 하강하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일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민간 소비가 4분기부터 고금리·고물가로 위축되고 있다. 부채 상환 부담 증가 및 기업 자금 시장 경색 등으로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수출은 10월 이후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제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3.6% 하락한 110.5였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대경제연구원은 4분기나 내년 상반기에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를 짓눌러온 물가 상승세는 올해 7월 정점을 기록한 후 다소 완화되고 있다. 물가가 진정될수록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이유도 줄어든다. 점차 경제 문제의 초점이 물가에서 침체로 옮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저ㄴ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가 인플레이션이었다면 내년에는 리세션(침체)이 될 것”이라며 “키워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침체가 본격화하는 것을 경계한 언급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의 고삐를 놓지 않으면서도 불황 극복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정교한 정책 조합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전 재정을 유지하되 취약 계층 등 필요한 곳을 핀셋 지원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법인세 인하, K칩스법, 전략산업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기업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이 글로벌 정글에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