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섭 SK온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포드와 손을 잡고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블루오벌SK(BlueOval SK)의 출범을 계기로 3년 뒤 세계 3대 배터리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 대표는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블루오벌SK 설립을 통해 미국에서 확실한 사업적 지위를 갖게 됐다”며 "블루오벌SK가 완성되면 오는 2025년에는 글로벌 톱3 안에 드는 배터리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이 물적분할한 법인으로 지 사장이 기자단 간담회를 연 것은 SK온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지 대표의 이번 간담회는 5일 켄터키 주에서 열린 블루오벌 SK의 기공식에 맞춰 진행됐다. 블루오벌SK는 SK온과 미국의 완성차 업체인 포드가 50대 50의 지분율로 각각 5조1000억원씩 총10조 2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지 대표는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들은 특정지역에서만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 등 전기차의 핵심이 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균형있는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가 많아 중국 투자 기회가 먼저 생겼고, 이후 유럽에 이어 이제 미국 사업을 시작해 균형을 갖추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블루오벌SK는 SK온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 거점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켄터키주에 2개의 공장, 테네시주에 1개 공장 등 총 3곳의 사업장을 갖추고 연간 총 129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 예정이다. 그 만큼 SK온의 미국 사업 의지가 크다는 방증이다. 지 대표는 “2025년 기준 중국 생산량은 75GWh, 유럽의 확정 투자 계획은 50GWh 플러스 알파다”라며 “미국의 생산 규모가 가장 커지고 미국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루오벌SK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전량 포드에 판매한다. 현재 포드가 판매를 개시한 전기차 픽업 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기준으로 약 12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지 대표는 “현재 포드는 2025년까지 200만대의 F-150라이트닝 모델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추고 있다”며 “이에 블루오벌SK가 해당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드 외에 북미 사업의 또 다른 파트너인 현대차와의 협력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회사는 최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 대표는 “현대차와의 MOU는 아직 후속 생산 지역과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큰 편이 될 것”이라며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가 민첩하게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잘 팔리고 있다”라며 “그 배터리를 100% SK온이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업의 변수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RA는 미국산 부품과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준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희토류 등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에 영향력을 갖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지 사장은 “지난해부터 포드와 함작을 협의하면서 IRA를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원자재 등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 등 대륙 간 물류 체계를 준비해왔다”며 “공급망 규제가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먼저 빠르게 대응한다면 유리한 환경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