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는 충남 서산시 중리포구를 찾아갔다. 서산시와 함께 드론 배달 테스트를 직접 해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드론이 부여 받은 미션은 치킨집이 없는 고파도 선착장까지 치킨을 들고 14㎞ 왕복 비행을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배달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드론·로봇 등 다양한 신 기술을 한국 시장에 맞게 적용해 소비자들이 장소를 불문하고 상품을 배달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음식 배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신규 배달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 된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음식 서비스(배달) 부문의 누적 거래액은 21조 75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월평균 약 2조 원의 거래액이 발생했음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누적 25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인 25조6847억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 2019년 9조 7328억 원, 2020년 17조3336억 원 등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둔화한 셈이다. 이에 업계는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신규 수요 창출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드론 배달이다. 우선 교촌과 서산시가 테스트 목적지로 삼았던 고파도는 인구 약 100명이 사는 섬인데 이번 시범 배송을 통해 고파도와 유사한 지역에 치킨 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드론 배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가평수목원 2호점에 드론 스테이션을 구축해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또 CU는 강원도 영월군에서 드론 배달을 상용화했고, GS25는 제주, 무수천주유소 등에서 드론 배송 시연을 실시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음식 배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코엑스몰과 트레이드타워에서 실내 배달 로봇 ‘딜리타워’를 활용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커피, 디저트, 샌드위치 등을 취급하는 매장 6곳의 상품을 주문해 빌딩 내 사무실 등지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로봇은 출입 게이트나 엘리베이터와의 연동돼 사람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이동해 주문 상품을 배달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경기도 수원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로봇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담당 사업부를 내년 2월 ‘B-로보틱스’로 분사해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배달을 넘어 배송 시장도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만나 진화하고 있다. 특히 명품을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하는 서비스가 최근 온라인 명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주목 받고 있다. 일례로 올해 3월 론칭한 발란의 ‘발란 익스프레스’가 론칭 7개월 만에 주문액 2000억 원을 달성했다.
지역 특산물을 신선하고 빠르게 배송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로켓프레시가 지역자치단체들과 손잡고, 신선 식품에 특화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 대형마트에서는 포장 방식이나 콜드체인 등 배송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마트에서는 신선식품의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신선을 새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포장 방식에서 순서를 변경하고 냉매량을 늘려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개선했고, 배송 과정에서는 냉장배송 차량을 그대로 선박에 싣도록 해 콜드체인 품질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