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기자의 눈] 금감원 개입에 속타는 캐피털사

김민경 시그널부 기자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서 건전성·유동성 리스크 관리하시고요. 갑질하지 마시고 자금 만기 연장 잘해주세요.”

최근 금융감독원은 자금 시장 경색에 캐피털사 임원들을 모아 놓고 이처럼 주문했다. 금감원 입장에서 당연히 신경써야 할 캐피털사의 위험 관리는 원론 수준에 그친 반면 요지는 여전히 시장의 뇌관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관련 어음에 만기 연장을 해주라는 ‘관치’였다고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씁쓸해했다.



캐피털사들이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이자율이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도 마다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이달 들어 SK텔레콤의 회사채가 시중 평균 금리보다 낮게 발행되고 연 6%에 육박하던 한전채 금리가 4%대로 떨어지는 등 자금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고 있지만 캐피털사가 발행하는 여전채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관련기사



특히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털사들은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 발행과 차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최근 두 달여간 발행된 캐피털채(할부금융채)는 1조 47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 5000억 원) 대비 27%에 불과하다.

현금 확보가 막힌 캐피털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금감원이 이를 막고 있는 셈이다. PF 대출 채권 등 고위험 투자 비중이 높으면 캐피털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어 만기 연장보다 회수를 택한 것인데 그런 사정을 잘 아는 금감원이 개입하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캐피털사들은 시장의 ‘동아줄’인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도 소외돼 있다. 정부는 지난달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캐피털채를 일부 사들였지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자금 시장 안정을 빌미로 간섭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대부분 자금의 만기가 인사 시즌과 겹치는 연말·연초에 몰려 있으니 일단 ‘지금만 잘 넘기자’는 보신주의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폭탄 돌리기식으로 서로 책임을 미루면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결국 투자자 보호라는 금융 감독 본연의 임무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