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모과가 웃는다







- 김월수

눈발이 우는 창밖

달랑 하나 남은 모과가 나를 보며 웃는다

울퉁불퉁한 뒤통수를 긁적이며

눈 둘 데를 찾느라

앞을 보는지 뒤를 보는지

찬바람 마중하듯 웃던

그날의 오빠처럼

책을 가득 담은 바랑을 메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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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에 들며

웃던

그날의 오빠처럼

달랑 하나 남은 모과에서

해맑은 종소리가 난다

모과를 보면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 못생겨서 놀라고, 둘째 생김새와 달리 향기로워서 놀라고, 셋째 맛이 떫어서 놀란다고 한다. 한 가지를 보태서 네 번 놀란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약효가 좋아서이다. 모과는 감기에도 좋고, 소화도 도와주고, 염증도 가라앉혀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차로 마시기도 하고 한약의 재료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시인이 바라보는 모과는 특별하다. 머리를 깎자 울퉁불퉁 드러난 낯선 뒤통수를 긁적이며 출가하던 오빠를 떠올린다. 찬바람 속 가지 끝에 매달려서도 노랗게 웃는 모과는 수행자의 모습을 닮았다. 시인이 모과에서 종소리를 듣는 이유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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