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1억 원을 웃도는 고가 수입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3사의 고급 모델과 럭셔리카 브랜드의 흥행으로 고가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자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제조사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 가격이 1억 원 이상인 수입차는 6만 5543대로 전체의 25.8%를 차지했다. 지난해 1년 동안의 판매량(6만 5148대)을 이미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고가 수입차는 국내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에서 1억 원 이상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까지만 해도 10%대에 그쳤지만 2020년 15.7%, 2021년 23.6% 등 최근 들어 빠르게 늘었다. KAIDA 통계는 회원사 판매량만 집계하기 때문에 테슬라의 판매 실적은 포함되지 않는다. 테슬라 ‘모델Y’ 등 값비싼 전기차의 판매량까지 반영하면 실제 고가 수입차 판매 비중은 이보다 더 높아진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 인기를 누리며 고급 수입차 시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억 원에 육박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올 들어 11월까지 1만 2147대 판매되며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S클래스는 독일 본토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릴 정도로 국내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럭셔리카 브랜드가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며 고가 수입차 시장 확대에 힘을 더했다. 3억 원이 훌쩍 넘는 벤틀리는 1~11월 746대가 팔리며 지난해 대비 54%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람보르기니와 롤스로이스의 판매량도 각각 356대, 219대로 10.2%, 3.8%씩 늘었다.
고가 수입차의 인기가 높아진 건 소득 수준 향상, 대형차에 대한 선호 등 복합적 원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며 독일 브랜드가 대중화되는 단계에 이르자 소득이 높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더 특별한 차를 사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시장이 급성장하자 럭셔리카 제조사도 국내 소비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대당 가격이 2억 9000만 원에 달하는 신형 ‘우루스 S’를 지난달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출시했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출시에 맞춰 방한해 “한국은 급성장하는 시장이라 람보르기니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찾아왔다. 세계 고객들의 평균적인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약 18개월인데 한국은 2년이 넘는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소비자에 애정을 표했다. 벤틀리는 신차, 인증 중고차, AS를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 거점 ‘벤틀리타워’를 6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설립하기도 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며 “신차를 먼저 선보이거나 소유 고객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등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 공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