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고물가·엔저 시달리는 日, 초저금리 10년 고집 꺾나

엔저 방어에 60조 쏟았지만 실패

기시다 내각, 차기 BOJ총재와

아베노믹스 수정 새판짜기 돌입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 일본은행 홈페이지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 일본은행 홈페이지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 EPA연합뉴스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0년 동안 지켜온 초저금리 기조를 내년부터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초저금리를 고집해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해지는 구조를 결국 손 보겠다는 의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금융 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성장을 이끈다는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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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2기 내각이 집권 직후인 2013년 1월 일본은행과 발표한 공동 성명을 개정할 방침을 처음으로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이후 계속돼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 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핵심인 해당 성명은 올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일본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됐다. 일본이 초저금리 기조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올해 엔저 현상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10월 한때 32년 만에 150엔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6% 올라 40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는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 분야에서 크게 인상돼 가계 부담이 커졌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실시했지만 역효과가 더욱 컸다. 이에 일본 정부는 환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보유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서야 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총 500억 달러(약 65조 5000억 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초저금리 기조 전환에 나서는 시점을 내년 4월로 전망했다. 기시다 내각이 2013년 3월 취임한 후 10년 가까이 금융 완화를 밀어붙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 후 차기 총재와 ‘새 판’을 짜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구로다 총재 후임으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은 19~20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0.1%로 또다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중순에도 국회에서 “금융 완화를 지속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 바 있어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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