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용 한파에 여자 골프 스토브리그도 예년 같지 않다. 깜짝 놀랄 매머드급 계약 소식은 잘 들리지 않고 골프단 규모를 축소한다는 기업들 얘기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래도 성적과 상품성이 확실한 선수들은 찬바람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조아연(22)과 이소미(23)는 내년 시즌 새 모자를 쓰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누빈다. 최근 조아연은 한 부동산신탁업체와, 이소미는 대기업 집단의 한 건설사와 메인 스폰서 계약에 합의했다.
나란히 5년 차를 맞는 조아연과 이소미는 각각 정규 투어 통산 4승, 5승을 자랑한다. 조아연은 2020·2021 두 시즌을 우승 없이 보냈지만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종료되는 2022시즌 들어 2승을 몰아치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소미도 2022시즌 2승을 올렸다. 2021시즌에 2승과 상금 랭킹 6위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지난 시즌 우승이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다 시즌 종료 무렵 극적인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벌떡 일어섰다. 막판 스퍼트 덕에 이소미도 스폰서십 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었다.
두 시즌 연속 6승과 상금왕 2연패로 ‘대세’ 별명을 지킨 박민지(24)는 무난하게 기존 후원사인 NH투자증권과 2년 재계약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어 선수로는 ‘역대급’ 계약이 쓰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밖에 데뷔 첫 우승을 달성한 황정미(23), 첫 우승 가능성을 확인한 김희지(21), 신인상 포인트 2·3위 고지우(20), 마다솜(23)도 새 둥지를 찾았다. 신인왕 이예원(19)과 데뷔 첫 승의 유효주(25), 이가영(23), 성유진(22)은 기존 후원사와 재계약했다. 박현경(22)도 재계약에 합의했고 임희정(22)은 몇몇 기업과 협상하고 있다.
한편 메인 스폰서 시장에서 한 2금융권 기업이 스폰서십 철수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다른 복수의 기업도 선수단 규모를 확 줄여 철수를 준비하는 등 선수 후원 시장에는 전에 없던 냉기가 돌고 있다. 매니지먼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확실한 스타에 투자를 집중하거나 아마추어 유망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시드 유지 정도만 하던 ‘허리급’ 선수들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연간 계약금으로 1억 원을 받던 선수들은 시즌 중만 하더라도 두 배 인상까지도 예상했으나 막상 시장이 열리자 소폭 인상도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시장은 ‘역대급’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스폰서십에 관심 있을 만한 새로운 기업들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의류 후원 시장은 더 심해서 아마 새 시즌에 의류 스폰서 없이 뛰는 선수도 상당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 골프 의류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선수 후원을 많이 하던 업체 중에서 벌써 서너 곳이 사실상 후원 시장 철수에 들어갔다. 예년에 상급 선수가 의류 후원 계약금으로 최대 3억 원을 받았다면 지금은 2억 원에 계약하기도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