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저장성, 하루 100만명 감염…의료마비에도 '통계 가리기' 급급

◆中'위드 코로나' 거센 후폭풍

이달에만 2.5억명 확진 추산도

의약품 품귀에 日약국까지 사재기

병실 없어 길거리서 수액 맞기도

시 "코로나19, 새 임무에 직면"

당국 "내년 성장률 5%대" 전망

WB 4.3%·블룸버그 4.8% 그쳐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버스를 이동식 발열 클리닉으로 전환한 진료소에서 25일 의료진이 주민에게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버스를 이동식 발열 클리닉으로 전환한 진료소에서 25일 의료진이 주민에게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감춰왔던 중국 방역 정책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전국에 하루 수천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확한 통계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망자도 급증해 화장장은 시신을 처리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란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패닉과 불안이 고조되면서 ‘제로 코로나’ 철폐에도 경제활동은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속한 일상 복귀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당국의 노림수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관리들에게 “인민의 생명 안전과 건강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애국위생운동 70주년을 맞아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예방과 통제가 새로운 정세와 새로운 임무에 직면해 있다”며 “애국위생운동을 더 맞춤형으로 전개해 인민대중의 생명 안전과 건강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난 7일 중국이 갑작스럽게 방역을 완화한 후 중국 전역에서 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저장성 당국자는 25일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며 지금부터 2주 후에 현재 감염자 수의 2배(200만 명)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전국에서 하루에 3700만 명, 이달 1~20일 기준으로는 약 2억 4800만 명이 코로나19에 걸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가 발표한 공식 감염자 수의 4000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 통계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이어지자 급기야 위건위는 일간 코로나19 감염자 수 발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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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 속에 중국 의료 체계는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약국 진열장에서 자가진단 항원 키트와 해열제·감기약이 자취를 감추면서 바다 건너 일본 약국에서까지 중국인들의 감기약 사재기가 기승을 부릴 정도다. 약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황도와 레몬의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병원들도 아비규환 상태다. 발열 등 양성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의료 시스템은 마비됐다. 병원 복도에 누워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눈에 띄는가 하면 병원 앞 길거리에 설치된 간의 의자에 앉아 수액을 맞는 일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수도 베이징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징 병원들이 지방 의료 인력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입원 가능한 침대도 없고 산소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19로 사망한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장례 서비스에 과부하가 걸리자 광저우시 당국은 내년 1월 10일까지 영결식 등을 치르지 않고 화장만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국의 코로나19 위기가 증폭된 것은 지난 3년간 국제적 협력 없이 고집스럽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했던 중국이 이달 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 대열에 뛰어든 탓이다. 당국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하지만 전에 없는 확산세로 두려움이 커진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다시 제로 코로나로 회귀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제되지 않는 팬데믹에 당분간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중국은 올 2분기 상하이 봉쇄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로 추락한 뒤 3분기 3.9%로 회복세를 보이며 4분기에는 5%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위기에 4분기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다.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11월 소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9%나 급감한 가운데 세계은행(WB)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3%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도 이날 12월 중국 경제 활동성이 전월 대비 호전되기는커녕 일부 지표가 오히려 악화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에 따른 대규모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이동과 활동을 자제한 탓에 22일 기준 베이징 지하철 이용객은 36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70% 줄어든 상태이며 자동차 판매도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과 물류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공장들이 춘제 이후인 내년 2월까지 일손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대혼란과 코로나19 확산세는 일단 내년 1분기께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급속도로 확산하는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이 다음 달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안후이성 등 확산세가 빨랐던 지역은 현재 정점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내년에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5%대 성장을 예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오양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은 한 포럼에서 경기의 V자 반등을 예고하며 “내년 중국은 최소 6% 성장이 가능하며 8% 성장까지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블룸버그가 집계한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4.8%에 그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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